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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Thérèse Raquin - Émile Zola.


나의 내심의 반항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나를 끌어당겨 당신 곁에 매두는 일종의 뜨거운 열기에 싸여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난 내 비겁함에 굴복해서 당신이 날 껴안기를 기다리면서 벌벌 떨고 있었어요. 그의 정열은 시골뜨기의 음흉한 조심성을 아직도 잠재우지 못하고 있었다.

p.74

미친듯한 테레즈는 또다시 흉터에 키스하려했다. 카미유의 이빨이 쑥 들어갔던 그 피부 위에 입을 대면 거친 쾌감이 느껴졌다. 잠시 그녀는 그 상처 자리를 물어뜯어 넓은 살 조각을 떼어내 원래의 상처를 덮어씌울 더 깊은 상처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이빨자국을 보면 새파랗게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p.238

라깽부인은 죽은 후 편히 잠들기 위해서는 복수를 했다는 통렬한 기쁨이 있어야 했다. 증오심이 만족된 꿈, 연원히 꾸게 될 그 꿈을 가지고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며느리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다.

p.316

그들은 상대방의 마음에서 자기자신의 생각을 다시 발견하고 얼어붙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당황한 얼굴에서 은밀한 계획을 읽으면서 서로 가엾게 여기고 서로 무서워했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이 지금까지 겪어왔고, 또 비겁함으로 인해 살아남게 되면 또다시 겪어야 할 심연 속의 생활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과거를 회상하자, 끝없고 거대한 휴식과 망각을 바랄 만큼 지쳐, 스스로에 대해 구역질을 느꼈다....... 그들은 벼락을 맞은 듯이 서로 포개져 쓰러지고 마침내는 죽음 속에서 하나의 위안을 찾았다.젊은 여인의 입은 남편의 목에 있는 흉터에 닿았다. 그것은 카미유가 이로 물어 뜯어 생긴 상처였다.......뻣뻣한 몸으로 말없이 앉아서 라캥부인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듯 발 밑의 두 시체에 무겁고 매서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p.348


박찬욱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책이다. "떼레즈 라깽"안에는 박쥐 이상의 육체적 욕망과 피에 대한 갈망이 있다. 물론, 영화처럼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보는 사람을 하여금 압도하는 힘은 부족하지만 그 이상으로 목요일마다 찾아오는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시어머니인 라깽부인에 대한 심리묘사가 주는 긴장감은 발가벗은 인간을 보는 듯한 혐오감을 제공한다. 동시에 로랑, 떼레즈, 라깽부인, 목요일의 이웃들의 이기심과 자신들 내면에서 유발되는 자연스러운 행동에 대한 설명은 말 그대로 소름끼친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군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는 오히려 육욕과 피에대한 갈망을 채우기 위하여 사건을 저지르고 고통받는 떼레즈와 로랑에 대한 연민이 생기는 것이 어찌보면 라깽부인의 비정상적이며 떼레즈와 로랑과 같은 수준의 혹은 그 이상의 피에 대한 갈망을 내가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피에대한 이미지, 이빨자국, 두 남녀의 육체적 갈망, 라깽부인의 복수심.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박쥐"에서 라깽부인의 복수심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어느정도는 떼레즈와 로랑의 내면적인 고통이 책에 비하여 약하게 전달되어 두 종류의 작품을 끝까지 보고서 내가 느낄 수 있던 점이 크게 같지 않았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