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이

자전거 바람넣기.

자전거 바람을 넣으러 자전거가게에 갔다.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사고 동네의 가게에 가려니 약간의 부담감이 앞섰다. 아저씨는 바람을 넣어 줄까?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쨋든 공기압이 살짝 부족한 자전거를 타고 가게에 들어선 순간, 가게아저씨는 기분좋게 옆가게 떡집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고 했나, 벌처럼은 못 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살짝쿵 물어본다. "아저씨, 바람 넣을 수 있을까요?" "저기 있어, 가서 넣어." 긴장이 다소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얼른 바람 넣고 학교에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자전거 앞바퀴의 노즐을 열었다. 펌프질을 해대니 바람소리가 나고 기분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상승가도다. 쑥쑥쑥 하는 바람 소리에 바람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더욱 더 용을 썼다. 바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바퀴가 점점 물렁해진다. 바람이 계속 빠진다? 이상하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펌프와 바퀴 연결부위를 훑어봤다. 연결부위가 적절히 접합되지 않았다. 안된다. 라 생각했다. 그런데 거절당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면서도 모르는 티를 내는 것을 싫어해서인지 아저씨에게 물어봐야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두세번 더 시도를 했다. 바람이 더 빠졌다. 이제는 타고 갈 수가 없을 정도다. 살며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저씨에게 물었다. "바람 안넣어지는데요.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어디서 산거야? 거기서 말해주는 대로 해야지." 함께 자전거 바퀴를 봤다. "이거 못 넣어, 자기꺼 펌프 가지고 있던가 해야지." 링위에서는 승자인 알리가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것은 멱살을 잡지 않기 위한 방법이랬더나? 모르면 안하고 모르면 조심스러워지는 성향이 워낙에 강한지라 수긍했다 '여기서는 안되는구나, 내 것은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하는구나.'

 

함부로 부탁하지 못하는 성격 덕택에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말 할 생각도 못하고 바람빠진 자전거를 지하철 역앞에 묶어두고 지하철을 탔다. 학교에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공기가 주입되는 벨브의 종류가 던롭 벨브(일반 자전거), 프레스타 벨브(MTB와 하이브리드 자전거), 블라블라 벨브(이름 까먹었다.)이렇게 세 종류가 있단다. 그리고 흔히 가게에서 일반펌프와 호환이 되는 아답터를 판다고 한다. 일반펌프는 보통 던롭 벨브 용이다. 아...........한 번만 물어봤어도 아마 되었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모르면 도와달라는 그 한 마디를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면 생각은 들었지만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샀다는 생각에 스스로 아저씨에게 미안해 물어보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던 걸까. 지레 겁먹는 능력은 단연 갑이다. 

 

자전거 가게 아저씨 말씀하시기로는 이 벨브에 맞는 펌프가 없더랬다. 인터넷은 말한다. 요즘에는 아답터 팔지 않는 가게가 없다고, 아저씨는 아답터를 돈을 받고 파는 것이 미안했을지도 모르고 다른 곳에서 산 자전거를 들고 온 내가 괘씸하기도 했을지도 모른다. 아저씨가 마지막에 던진 말이 기억이 난다. "자전거 산 데서 안 말해줘?" 아답터가 있었던 없었던 아저씨의 어린시절에 자전거집을 지키시던 아저씨의 표정은 찾아오는 누구에게건 행복했을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