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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일방통행로, 발터 벤야민 저, 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역, 길 출판사.

가끔은 참을 수 없는 전달의 욕구에 손가락이 흔들흔들, 아마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가.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에는 단편적인 소재에 관하여 직관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재미있다는 아니지만 지적인 경이로움에 대한 경탄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랄까. 하지만 이 글 난해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떤 면에서는 뻔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읽는 이의 생각의 양은 읽는 이의 숫자만큼 많다.


             공사현장

              

아이들에게 맞는 대상 - 시청각 교재, 장난감 혹은 책 - 을 만드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골머리를 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계몽주의 이래로 그것은 교육학자들의 가장 케케묵은 생각 중 하나다. 심리학에 매료된 나머지 그들은 이 땅이 아이들의 주의력과 연습을 위한 비할 바 없는 대상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것들은 아주 특수한 대상들이다. 특이하게도 아이들에게는 뭔가를 만드는 작업장을 찾아가는 성향이 있다. 아이들은 건축, 정원일 혹은 가사일, 재단이나 목공일에서 생기는 폐기물에 끌린다. 바로 이 폐기물에서 아이들은 사물의 세계가 바로 자신들을 향해, 오로지 자신들에게만 보여주는 얼굴을 알아본다. 폐기물을 가지고 아이들은 어른의 작품을 모방하기보다는 아주 이질적인 재료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놀이를 통해 그 재료들을 어떤 새롭고 비약적인 관계 안에 집어넣는다. 아이들은 이로써 자신들의 사물세계, 즉 커다란 세계 안에 있는 작은 세계를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낸다.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 작은 세계의 규범들을 가슴에 새겨두어야 한다. 그 작은 세계의 소도구와 연장을 동원하여 우리 혼자 힘으로 아이들에게 도달할 길을 찾을 생각이 아니라면.


일방통행로, 발터 벤야민, p.81


그리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이부분이 아닐까 "이걸 봐 덴마, 내안의 괴물이 점점 커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