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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운동 이틀 20130215

운동을 시작한지 이틀이 되었다. 팔을 굽히면 접히는 부분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7시 반에 알람이 울리는 거다. 언제나와 같이 알람은 일어나라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잘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더 집중해서 잠을 자라는 신호와 같다. 더 잘자기 위해서 알람을 끄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게 뭐람. 왼팔을 뻗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이틀 운동을 했기 때문일테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팔이 안움직이고 귓가에는 4년째 듣고 있는 같은 오도방정 호들갑 알람소리. 갑자기 목 뒤로 뜨거운 것이 흐른다. 땀구멍이 피를 뱉는 듯한 나 혼자만의 긴장감이 엄습했다. 이게 그건가, 소문으로만 듣던 가위눌림? 귀신이 나타나서 이불 속이 들썩거린다나, 온몸이 포박된 기분이라나 잉? 그랬는데 1분인지 1초인지 10분인지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더 이상 팔을 움직이려고 노력도 안했다. 나도 모르게 이십대 후반이 되었는데, 나는 병원도 가고 몸에 좋은 것도 먹고 하물며 어제까지로 이틀이나 운동도 해왔다. 그런데 내 핸드폰님을 치유시켜드린 적은 한 번도 없다. 핸드폰님도 어느새 4살, 한국 초고령 시대에 발맞추어 같이 간다. 통화 음질도 구려졌고, 진동 벨도 울리지 않는 핸드폰님은 등가교환을 모르나보다. 뜬금없이 은혜를 베풀었다. 확인 버튼을 눌러야만 꺼지는 알람이 오늘은 한 번만 울렸다. 밧데리가 없던 건지 이젠 알람 소리를 두 번 반복할 기력도 없는건지. 내가 이래서 핸드폰을 못 바꾸고 계속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