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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근황 20160405

1. 오늘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이다. 원래 4월의 다섯번째 날은 계속 사월 오일이라고 불렸었다. 1949년부터 쉬었었더라고 한다. 매일 매일 어제와 같이 지나가는 하루하루일 뿐인데 그래도 4월 5일은 식목일이라고 이름을 불러준다. 최소한 다른 보통 날짜들과는 다르다는 말이지. 이거 의인화는 아니고, 바로 옆집 살더라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파트 문화에서, 지나가는 사람 3294번이라던가, 어떻게 생겼던 사람 이러고 말아버리는데. 생각해보면 이름을 부른다는 거는 기억하고 기억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름을 안다는 것은 참 큰 의미이다. 굳이 김수영의 시 "꽃"을 이야기하는 건 이제와서 식상할 정도이다.


식목일이니깐 예년보다 1-2주는 빠른 느낌이 들지만 여튼 전주의 벚꽃!이라고 적었는데 

별로인 것 같아서 더 예쁜 걸로 다시 올리겠음, 여튼 꽃송이가 아주 푸실푸실함ㅋㅋㅋㅋ

'전주 사대부고 근처 길'




2. 식목일이니깐 한국 조림사업에 대해서 간단히 적어보려고 한다. 식목일의 유래는 1949년에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사람들이 기억한 데에 있다. 뭐 처음 쉬는 날이라고 해서, 당시에 월급쟁이가 얼마나 있었겠나. 그냥 공무원님들이 쉬시니깐 쉬는 날이구나, 그리고 쉬시는 이유가 나무 심어야해서라더라. 이러면서 쉬는 날 '식목일'을 기억했을테다. 거기다가 학생들도 나무 심으로 교실을 탈출했겄지. 여튼 4월 5일은 그렇게 식목일이란 이름을 부여받고 사람들이 기억하기 시작했는데, 1960년에는 쉬지 않았다. 그 해에 사방의날(토사방지의 날-_-, 제길 이떄는 나무가 얼마나 없었으면 토사방지의 날이 있었다.)을 지정한 기념으로 3월 15일에 쉬고, 이 해에는 식목일에 안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다시 부투더활. 근데 영명하신 박ㄹ혜 각하 식목일 다시 쉬게 해주시면 안되나요.. 저 나무 정말 좋아하는데요... 각하 그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인심쓰는 거...


3. 식목일하면 나무 심는 날이니깐 연달아서 한국에 왤케 나무가 많은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는 간간히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 박정희의 어마무시한 공로이자 업적으로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선망의 한국 조경사업! 똭 이런식으로 한 두 번은 들었을텐데 이게 웃긴 지점이 있다. 저개발국가에는 일단 전기가 비싸겠지. 왜냐면 석유, 석탄 같은 연료를 사기 힘드니깐. 그리고 날이 추워도 난방을 못키겠지, 왜냐면 도시가스도 안들어오고, 가스 값도 무지막지하게 비싸니깐. 그래서 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가시고, 어머니는 집에서 바느질하시고, 애들은 나가서 땔감 주어오는 거다. 배고프면 밥지어 먹어야 하고, 추우면 땔감을 떼워야 하니깐. 50년대까지는 신탄이라고 해서 나무꾼들이 나무를 지고 와서 서울에서 팔았다고 한다. 나무를 팔고 돈을 버는 사람들. 난방을 위해 나무를 비축하곤 했던 것인데 1952-53년경에 구공탄(무연탄)이 국내에 공급이 되었다고 하더라. 이때부터 사람들이 가서 나무를 벨 필요가 없어졌던 거다. 그러니까 박정희가 잘한 게 아니고,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더라는 그런 이야기. 

"그 상황을 박정희가 만든 거 아니냐? 라고 하면 할 말 많은데 구공탄이 한국 일반 가정에서 소비되기 시작한 게 52-3년이고, 박정희는 63년에 대통령 묵었으니깐, 그냥 꿀물만 받아먹은 거임." 한국의 녹화사업을 부러워하는 국가들이 많은데 모두 다 저개발 국가들이고, 아직 무연탄 공급 인프라가 설치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이야기. 뭐 여튼 그렇게 녹화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더라 뭐 이런 이야기


4. 그리고 한국에 녹화사업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건 전두환이 했던 일종의 억압적 세뇌작업이다. 대학생들의 머리 속에 든 빨간물(좌파의식정도)을 다 빼버리겠다며, 남자 대학생들을 잡아다가 강제로 휴학시키고 군대로 보냈다. 거기서 프락치 권유부터 전향할 것까지 강요했다. 폐쇄된 공동체에서 개인의 신념과 다른 삶을 강제로 강요받는다면 그외에 다른 지옥이 없을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자살 혹은 구타에 의한 타살 등 해명 불가능한 사유로 죽었다.


5. 아 근황은 없는 듯 해서 조금만 적어보려고 하는데, 현재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품고서 일을 한다. 딱히 의욕이 떨어지지는 않는데, 전보다 참는 역치가 많이 떨어졌다. 흔히 말하는 개새끼 성깔나온다는 식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개처럼 물고 뜯고 하는 거는 아니다. 그러고 싶지는 않고, 단지 어르신들 말씀을 듣고 쉽게 들이받고, 전에는 한 번 참고 네네 했던 것을 이젠 할 말 따박따박 한다. 어르신들은 얼마나 내가 짜증날까. 근데 어쩔 수 없다.


6. 여태까지는 직장인으로서 살았는데, 나 역시 식목일처럼 내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이름으로 살도록 삶을 꾸며가야겠다. 일전에 쓴 말이 있었는데, 예전에는 세상이 내게 지루할까봐 두려웠는데, 지금은 내가 세상을 지루하게 만들까봐 두렵다.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