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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근황 20170128

1. 설입니다. 설날입니다. 어느새 설날이 또 왔습니다. 설날이 언제부터 있었는가는 모르겠지만 그러합니다. 올래는 설 인사도 없습디다.


2. 설에 집에 가지 못하는 것은 또 처음이더랍니다. 태어나서부터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엄빠와 함꼐 설을 보냈는데 이번 설에는 공부를 하겠다며 서울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고시원 생활을 탈출했는데 그래서 동물의 왕국도 만들었고, 그러한데 동물의 왕국 사진은 이따가 올리고 일단 이것 좀 보자. 제가 지난 1달간 살았던 고시원은 이러했습니다. 짤방을 보시조.선일보 출처구먼요



농담안하고 티비 없고, 냉장고가 있었던 것 외에 나머지는 모두가 똑같았습니다. 사이즈마저도 1.9평 약 6.6제곱미터(m2) 그니깐 가로 3미터 세로 1.5미터 4.5제곱미터(m2) 잉?? 지금 계산해보니 제가 살던 고시원이 구치소 독방보다 작았습니다. 


정말 몇번을 생각해도 고시원에서 사는 것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돈까지 내야 하고, 저는 원래 싯가보다 5만원을 더 줘서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지만, 보통은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살아햐 하는 건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기분이 굉장히 나빠진다. 남의 일로 기분나쁘고 분개하는 거 한 두번은 아니지만, 이게 뭐하는 짓거린지 모르겠다.


3. 이쯤에서 간단히 프랑스의 주거제도를 좀 보자 이 나라는 단지 선진국이라서 그런거냐? 라고 말해야 하나 싶지만, 부동산 논쟁의 시작과 끝에 잇는 외국의 주요 도시와의 체제비 및 주거환경의 비교가 일상적이니만큼 그냥 하나만 적어두려고 한다. 프랑스는 9 제곱미터(m2) 이상의 방이어야 임대인이 방을 세를 주고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뭐 그러하다. 한국은 어찌나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나라인지, 인간다운 주거공간따위는 개나 주자. 뭣보다 지금 이제 보니 구치소 독방이 약 1.9평, 미래를 만들고 살아나가야 할 학생들과 돈을 버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1.5평 정도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4. 여튼 나는 집안이 경제상황이 나쁘지는 않고 그러해서 이사를 했다. 부모를 잘 둔 탓으로 감사히 여기고 살아야하겠는데, 그건 나도 안다. 내가 아무리 정줄 놓고 살아도 그정도는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돈의 힘으로 공간을 하나 더 빌려서 살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 독서실, 세상에 고시원에서 충격받은만큼 독서실에서도 충격을 받았는데 사진을 보면 안다.


졸라 크다. 서랍도 겁내 많다. 의자는 팔걸이까지 있는 듀오백이다. 그리고 방마다 철문이 있어서 외부와의 소음을 차단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밖에서 가방 지퍼를 열고, 밖에서 옷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신림동 독서실 매너란다. 소음은 악이다 란다. 그래서 나는 어느날 잠을 자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 문 밖에서 옷을 벗고 가방을 벗고 들어갔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거다.



5. 공부는 계속 하고 있고, 지금 보니 요새는 좀 힘들다. 공부가 힘든 건지 내가 지친 건지 모르겠지만 독서실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는데. 요새 맨날 곱씹는 말이 하나가 있다. "내년에 시험 또 본다고 붙는 거 아니다." 이거 ㅋㅋㅋㅋㅋㅋ 그래 시부를 내년이 어딨냐 이번에 한 번 보는 거가 백만 배 낫지.


여튼 구치소 사진과 별개로 "고시원 생활 탈출!" 이라기 보다는 "부르주아임에도 어쩌다 보니 체험을 하였"는데 한 가지 소감이 있다면 "씨발 왜 이런 데서 사는 거야 이런 거는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님???" 정말이지 이 나라는 가학적인 성향을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 그 당연함을 만드는 전제가 돈인 것은 보나마나 뻔하고 말이다. 부르디외가 아니고 보들리야르가 (그 아 몰라 이제 다 까먹었어.) 여튼 대충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자본주의에선 돈이 짱이다. 돈을 쥔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부여되는 자유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행복을 누리리니" 이런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도 전제가 하나 있다. "근데 우리 모두가 부자라는 건 아니야, 그래도 평등하게 자유롭기는 하지"(이런 뉘앙스란 말이지 딱 이말이라는 거는 아님 내가 전문가도 아니잖어)

 

아 그만 쓰고 자려다가 빡쳐서 더 쓰는데 내가 혐오하는 말 중 하나가 유기체로서의 국가, 유기체로서의 조직, 즉 유기체로서의 블라블라 이딴 말인데 요새 인사노무관리에서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유기체로서의 조직이 복잡하고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행하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활동" 아 진짜 미친 거 아님. 정말 피가 꺼꾸로 솓는다. 유기체 꺼지란 말이다. 유기체의 내부를 순환하는 피가 돈이란 말도 아니고, 거기에다가 하나 더 추가하자면 유기체라면서 누구는 나가 죽는데 누구는 잘 먹고 잘 살고, 전체가 전체로서 모든 부분을 아끼지도 못하는, 마치 모두가 하나의 살붙이처럼 아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유기체라고 하신다. 유기농이 좋은 말이라서 그런가 그냥 가져다 쓰는 양반들이나 하여간 듣기 좋은 말은 다 가져다 쓰는 개새끼들. 차라리 올가니즘이라고 하지 그러냐 그러고보니 오르가즘 도 괜찮을 듯


그래서 나는 이사를 하였습니다. 화는 나지만 이사를 하였다는 이런 결말입니다. 산 중턱에 있어서 이사한지 이틀만에 허벅지에 알이 배겼습니다. 끗.


여기가 바로 내방의 코어. 하마 엉덩이가 빵빵한 동물의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