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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말머리 20170903

 "배(위장등)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우상과 욕망의 힘에 지배를 받는다.".......미각에 대한 인색한 평가들은 많은 사실을 간과한 동시에 어떤 불안을 반영한 결과이다. 맛은 동물로 살아가는 삶에 내포된 기본적인 야만성을 상징하는데, 동물은 살기 위해 다른 동식물의 살을 삼키고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맛에서는 문명의 질서가 일시적으로 사라지고 대신에 대학살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인간 본성의 이 측면에 맞닥뜨리면 누구나 불안을 느끼게 된다. 먹고 마시는 것은 또한 섹스만큼 강력하고 불안한 형태의 친밀한 행위이다......갈망과 즐거움, 해소, 만족이라는 비슷한 주기로 작동하는, 생명 유지를 위한 충동이 우리의 삶과 동기를 훨씬 강하고 일관되게 지배한다.

 맛의 연구에서 또 한 가지 문제는 순전히 몸과 뇌, 마음속에서 펼쳐지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시각과 청각과 촉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각이다...... 하지만 맛의 경우에는 그처럼 공유할 수 있는 실체가 없다. 


혀 지도는 혀가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 단순한 설명을 제공했다. 교사들도 이 설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이는 대중의 상상력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 실험을 통해 꺠달음을 얻은 학생보다도 혼란을 느낀 학생이 더 많았는데, 많은 학생은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극적인 맛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혀 지도는 일반상식으로 자리를 잡아갔지만,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혀 전체에 자리한 모든 맛봉오리(미뢰)에는 다섯 가지 수용기 단백질이 분포하고 있는데, 각각의 단백질은 다섯 가지 기본 맛 중 한 가지 분자를 감지한다.(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미각의 비밀, 존 매퀘이드 지음, 이충호 역



1.

알쓸신잡이란 프로그램이 인기라 하여, 보다가 또 전주 편이 있길래 우선 보게되었다. 전주편에서 독서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는데, 결국 독서량은 앎의 문제로 나아갔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결국 무지의 문제인가 하면서 대충대충 생각하다가 요즘 읽고 있는 미각의 비밀에서 맛에 대한 설명과, 혀지도의 오류 부분을 발췌하여 붙여둠.


1.1

혀지도를 안다고 했었을지 모르지만, 실제 앎을 아는 것이 아니었고, 혀지도가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이제 알겠음. 


2. 

ㄱ.앎의 대상이 있다는 것과, ㄴ.내가 앎을 갖는다는 것과, ㄷ.앎의 대상과 앎을 갖는 나의 관계가 있다는 것에서 어떤 질문이 던져질텐데, 그 질문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책 읽기라고 생각하는 이런 결론을 내려두고, 독서는 물론이고 영화, 미술작품, 타인의 이야기 모두가 ㄱ.앎의 대상(너)과 ㄴ.내가 너를 알게 된다는 것과(나) 그리고 ㄷ.너와 나의 관계를 이해하고 알기 위한 과정이 되는 거 아닌가 싶음. 결국 알기 위해서는 접촉과 자극이 필요한 것이라는 그런 뻔한 이야기.


3.

내일 중국에 놀러 간다. 시안과 둔황. 중국에 다녀와서 중국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다녀와야 알겠지만, 여행준비를 한답시고 지도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여긴 당최 지명부터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유럽여행과 가장 다른 점. 그래서 더더욱 파트너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파트너인 ㅆ은 여행을 준비하는 방식은 나와 1도 같지 않다. 


3.1

목적만 가지고 여행을 가는 나에겐 여행지에서 여행이 시작되고, 함께 가는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 그 곳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건들이 발생하는, 그러니깐 즉흥적이고 변덕스러운 사서 나도 너도 고생을 시키는 어찌보면 좋지 않은 여행파트너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른 측면에선 양심과 염치를 탑재하고있어서 좋은 여행파트너이기도 하다 ㅋㅋㅋㅋㅋㅋ)


3.2

그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행가서 물어봐야 알겠지만, 그 과정까지도 즐기는 즉 여행계획을 철저하고도 정밀하게 짜고, 여행 중의 돌발상황을 최소화시켜 만들어진 계획에 따라 길을 밟아가는 느낌이랄까


4.

이리하여 여행을 가게 되었고, 면류의 본 고장이자 원류인 서안에서 면빨을 겁나게 흡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첫 사막이 고비사막이 될 줄이야.. 이집트 알제리 등의 사하라 사막은 언젠가 가볼 수 있겠지라며 여행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