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머리 20171119

분류없음 2017.11.20 00:05

다음날, 그녀는 공동묘지로 가서(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그러했듯) 아들의 무덤 앞에 섰다........사랑하는 아가야.......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의 나처럼 될 수 없었을 거야. 그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잖니. 아기를 갖고 동시에 이 세계를 경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내보낸 곳이 바로 이세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기 때문이며, 아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 소란스러움, 그 소요에 기꺼이 참여하며 이 세계의 불치의 바보짓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란다. 너의 죽음을 통해 너는 나로부터 너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너는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지.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나는 자유로워졌단다. 내가 감히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네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암울한 생각이 너에게 어떤 저주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네가 나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너의 죽음이 하나의 선물, 내가 결국 받아들이고 만 끔찍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 정체성, 밀란 쿤데라, 이재룡 역


1.

인생의 책을 권하라고 하면 늘 권해왔던 책인데, 나는 이거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이다. 발췌한 부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구절인데, 적고 보니 길다. 책을 읽는 행위는 너무나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어서, 억지로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민물고기가 분수 모르고 심해로 들어가 침잠하다가 호흡과 압력에 눌려 돌아기실 그것이다.


2.

노무사 시험에 최종적으로 합격을 하고서는 앞으로의 삶에 고민이 생겼다. 난 누우면 잠드는 편인데, 근래 얼큰하게 취해서 기분좋이 몸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서도, 새벽 뜨는 해를 보기도 했다. 사실 이유는 단순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몰라서 그렇다. 간단하게 적자면 ㄱ. 많이 벌것이냐, ㄴ. 적게 벌것이냐. 물론  ㄱ,ㄴ은 나에게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해주겠지.


2-1.

경험하지 않거나 못한 것에 대해 동경이 있어서, 일단은 다 해보려고 한다. 이게 내가 또 망했어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다 해보겠다고 깝치고 있어요... 여하튼 그래서 이런 저런 소속에 이름을 보내고 있다.




<Au moulin rouge, 1982-1985, Toulouse-lautrec>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늘 괜찮을 것 같아.

- 보들레르



"진실에 대한 걱정이 여기서 주인 노릇을 한다. 그것은 구경을 하는 자들의 모든 의도와 호기심보다 강렬하다. 변화무쌍한 환상도, 악몽도 없이, 오직 거짓을 추방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려는 의지로 로트렉은 무서운 작품을 창조했다. 문명화된 우리의 정면에서 벗어나 악덕과 비참함이 가득한 지옥 중의 한 곳에 가장 잔인한 조명을 비추었다. 서투른 교활함, 저항하지 않는 어리석음, 동물의 무의식, 더욱 슬픈 것은 순진한 얼굴을 한 여인들처럼 행복하고 규칙적이며 소박한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점, 그 모든 것이 그토록 선명하게, 가혹한 평정을 유지한 채 표현되었다."

- Journal에 기고, 미르보, 어디서 발췌했는지 모름...




3.

바로 위에 글은 해당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이후 로트렉이 창녀들을 그린 판화집에 대해 미르보라는 비평가가 옹호를 한 부분이다. 효도여행인지 내가 오랑주리랑 오르세를 가고싶은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12/04에 엄빠를 모시고 파리행 비행기를 타는데, 그 기념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하지만 잊고 있던 로트렉이 똭 떠오름.


3-1.

로트렉은 부유한 가문이었는데, 부모간 근친혼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어려서 부러진 다리가 다시 붙지 않아서 평생 난쟁이로 살았다. 그리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벨에포크 시대로 길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넘어가자마자, 장면에서 위의 "물랑루즈에서"가 떠오르면서 로트렉이 나오는데, 저런 이야기들을 막 함ㅋㅋㅋㅋㅋ


3-2.

사실 미술작품 이런 거에 관심을 가진지가 대략 2011년부터여서, 그래서 과거 유럽에 있을 때는 오르세를 안갔었더라는.. 이번에 함 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벌써부터 기대중


4.

요즘 술도 많이 먹고, 말도 많이 하고 그래서인가 모르지만, 적을 거가 없다. 오랜만에 적고 싶어서 적었는데 결국 발췌만 하다가 끗. 그냥 생각이 하기 싫은가 보다.


Posted by na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