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근황 20160620 1. 내가 친구가 졸래 많다. 이렇게 친구들 만난지도 이제 8-9개월쯤 되는 거 같다. 근데 이 친구들은 입이 없고, 쑥스러움도 많아서, 내가 졸래 봐주고, 만져주고, 핥아주고, 빨아주지는 않는 거 같지만, 들어주고 다 해야한다. 이 친구들은 맨날 책 속에서 해매는데, 가끔 이 친구들을 면전에서 만나뵐 때가 있다. 2. 시험을 보는 날에는 이 친구들이 졸래 나타나서 현혹하는데, 나는 얘들을 다 구분할 수가 없다. 근 몇년 된 일이라고 하나 옛날 옛적에는 흔히 말하는 주관식 혹은 서술형 시험은 이렇게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헌법 33조에 대하여 써라.", "준법투쟁에 대하여 써라." 그니깐 이건 친구 이름 가르쳐 주고서는 이제 이 친구에 대해서 묘사하라는 거다. 3. 요즘 시험은 친구들을 졸래 숨겨놓는다.. 더보기
말머리 20170514 이를 위해서, 나는 사랑, 증오, 분노, 질투, 야망, 경건, 그리고 마음의 다른 동요들과 같은 정념들을, 인간본성에 있는 악한 빛이 아니라, 본성에 내재해 있는 고유한 특징으로 간주하였다. 그것들은 더위, 추위, 폭풍, 천둥, 그리고 대기의 다른 특징들과 같은 것으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현상들이며, 일정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 원인들로 말미암아서 우리는 그것들의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우리의 지성은 그것들을 올바르게 관찰하면서 많은 기쁨을 가진다. 그 기쁨은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아는 것에 뒤지지 않는다. - 정치론, 스피노자, 김호경 역 1. 글쓴이 걍 변태. 흔히 알기로 범신론이니, "내일 죽어도 사과나무 심는다"느니 소문 난 스피노자님. 사과나무 이야기를 스피노자가 한 말인지.. 더보기
근황 201670427 1. ㅇㅇ와 통화를 하지 않으면 하루에 하는 말은 세 마디 정도다. "안녕하세요.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그러하다. 외롭다는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마저 사라져있다. 그만큼 머리 속에는 상념이 그득하다. 이쯤에서 술 한 병만 원샷 들이켰으면 좋겠다. 2. 술 한 병을 들이키는 행위에 나는 나름 의미를 부여하는데, 일종의 애도의 의미랄까. 그니깐 날려버리는 효과가 늘 있어왔다. 너무 상념이 많아지는 시기여서 그런가 술 한 병 들으켜 상념을 날려버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일단 시험은 1차가 1달도 안남았더라. 공부가 일이다 걍. 2.5 근데 나이가 드는 걸 요새 느낀다. 펜을 일주일에 1-2개씩 다 써버리고, 연습장 사는 게 금전적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니깐.. 더보기
말머리 20160414 '인생은 빈 술잔, 주단 깔지 않은 층계, 사월은 천치(天癡)와 같이 중얼거리고 꽃 뿌리며 온다.' 이러한 시를 쓴 시인이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렇게 읊은 시인도 있다. 이들은 사치스런 사람들이다. 나같이 범속(凡俗)한 사람은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우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이나 조각을 들여다볼 때, 잃어버린 젊음을 안개 속에 잠깐 만나는 일이 있다. 문학을 업(業)으로 하는 나의 기쁨의 하나는, 글을 통하여 먼 발자취라도 젊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젊음을.. 더보기
말머리 20170329 이 책은 보르게스(Borges)에 나오는 한 글귀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착상한 것이다. 이 웃음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사고, 즉 우리의 시대와 풍토가 새겨져 있는 사고의 모든 지평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에 따라 현존하는 사물들의 야생적인 번식을 길들이려 할 때 사용하는 질서정연한 표층과 지면들은 모두 파괴되어 버렸다. 이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와 그들 간의 관행적인 구분을 혼돈에 빠뜨리고 그 붕괴를 위협해 왔다. 이 글귀는 중국의 한 백과사전을 인용하였는데, 거기에서는 동물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1) 황제에게 속하는 (동물) (2) 방부처리된 (동물) (3) 길든 (동물) (4) 젖을 빠는 돼지들 (5) 사이렌 (반은 여자, 반은 새로 된 요정) (6) 전설상의 (동물) (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