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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우주,에코+카리에르 대담. 토낙 사회. 임호경 역. 열린책들 우연히 서점 한 쪽 벽에 꽂혀 있는 『책의 우주』. 제목만으로도 책 좋아한다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호기심이 끓어올랐고, 거기다가 한국에서는 쉽사리 접하기 힘든 대담집. 그런데다가 대담의 두 화자는 프랑스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인 카리에르와 이탈리아의 상식박사이자 기호학자인 에코였다. 그래서 나는 샀다. 둘 다 저명하다는 것을 빼고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책 덕후다. 그러니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책의 표지에 반해 그 내용은 우주와 같이 방대하다. 유럽의 수많은 소설가, 시인, 권력자, 철학자의 이름이 두 덕후의 입에서 쏟아지고, 이미 사라진 유럽의 인간들이 파괴한 책, 창조한 책, 비롯된 건축물, 남겨진 생각, 뿐만아니라 문화의 단면들까지 두 덕후의 기억속에서 여과없이.. 더보기
왜 스피노자는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 1 나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뭐든 시작할 때 시작점은 충격적인 경험에서 부터다. 충격적인 경험은 보통 사건이기보다는 시각적인 충격이 대부분인데, 활자이든 영상이든 별반 다를 것 없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학교에서 대출 한『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이다. 지난 학기에 우연히 석기용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터라,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는 가운데 유럽의 혼란기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미 대출기한을 넘겨서 벌금이 쌓이고 있지만 무엇인가 적어서 남기고 싶다는 일념에 책을 아직까지 붙들고 있었다. 끝내 완독은 하였는데 남아 있는 것은 큰 덩어리 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는 알겠지만, 그 세세한 논리의 흐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식은 단지 파편으로 남이 있을 뿐이다. 어찌되었.. 더보기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가의 이름에서 풍기는 어색함. 그리스인이 쓴, 그리스의 한 정열적인 노인에 대한, 그리스 어떤 섬에서의 한 해동안의 이야기이다.(근데 섬 맞나? 벌써 가물가물하다.) 민족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잠시 차용해 본다. 각각의 민족을 구분하는 민족 고유의 민족성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이제궁금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나에게 민족이란 홉스봄이 그의 저서 만들어진 전통에서 언급했듯이 타의적으로 동시에 우연하게 만들어진 문화, 부여된 특징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라는 틀 안에 속한 구성원이 가진 보편적인 특성인 민족성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완독하는 순간, "그리스인=조르바" 라는 공식,이라고까지 말 할 수도 있는, 사실은 그보다 "그리스인 중에는 분명 조르바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 더보기
오릭맨스티, 최윤. 장편 아닌 장편 소설이다. 전혀 알 수 없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제목만큼이나 담겨 있는 내용은 알 수 없는 우리의 일상이다. 한 부부의 일상에서 현대사회의 삶의 면면을, 특히 한국 사회에 대한 최윤선생님의 이해를 옅볼 수 있다. 짧은 호흡의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이해를 쉽게 한다. 어려운 단어 하나 나오지 않지만 흐름을 쫓는 것 만으로도 생각해 볼 거리는 충분하다. 오감五感에 의한 자극들이 범람하는 시대상, 시대에 함몰되어 생각하지 않는 현대인. 현대인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가 무엇일까? 소설은 짧은 호흡만큼이나 적절한 비유와 묘사를 곁들여 가독성을 높인다. 동시에 격정적인 감정은 배제하였기에 지나친 감정이입으로인한 불편한 독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남에서 시작하여 결혼과 .. 더보기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쟈크 랑시에르. 〃삼단논법은 간단한다. 대전제에는 법이 말하는 바가 있다. 소전제에는 다른 관점에서 말해진 것과 행해진 것, 즉 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법 - 정치적 주장에 위배되는 사실이나 문장이 있다. 그렇지만 대전제와 소전제 간의 모순을 사고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그것은 단순히 법 - 정치적 문장이 환영에 지나지 않으며, 그 문장이 주장하는 평등은 불평등의 현실을 가리기 위해서만 거기에 있을 뿐인 외양이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p.111 위의 외양의 예로 선별이라는 단어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효율성과 예상할 수 있는 수익성을 바탕으로 선별하고 선별 과정에서의 불평등을 사회구조상에서 당연하게 여긴다. 선별이 뭔가 생각해본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낡아빠진 구호로 대변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