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하게 유입어가 짧은 기간동안 동일한 책에 몰리면 어딘가 대학의 서평 주제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는 키스 젠킨스의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블로그는 긁어 갈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는 다 같이 긁어가면 재미있겠다.


2.

경제학을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게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학문이 인간에게 험한 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그 학문을 이용하는 인간들이 인간에게 험한 꼴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전환의 계기였다. 경제학이 규정하는 인간의 폭이 인간 사고 확장의 가능성을 억압한다고는 여전히 생각한다. 반면에 근대 이전 금기였던 성과 돈이 자유를 갖춘 개인의 탄생과 함께 사회일반의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았다. 지상의 영역에 속한 성과 돈이 아닌 하늘에 더 가까운 정치과 종교를 최고의 가치로 두었던 인간은 하늘의 가치를 땅의 가치로 계량하는 현재에 이르렀다. 그 결과 자본(물질적인 교환가치를 갖는 모든 재화랄까.)은 인간의 삶에서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다. 이데올로기 이상의 절대가치, 현재의 모든 것을 담보한다랄까. 단편적으로 마르크스의 하부구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보들리야르는 simulation의 무한한 순환 속에서 모든 표상의 가치를 계량하려는 수단이 자본, 그중에서도 돈이 된것이 아닐까.

옛날옛적에 인간은 먹고 살만 하고 싶어서 괴물을 낳았다. 태어난 괴물은 어느 날 인간보다 커졌고, 주인을 잡아먹었다. 인간은 어두컴컴한 그 뱃속에서 거미 새끼가 어미 배 파먹는 것 마냥 괴물 살을 갉아먹으면서 꾸역꾸역 빠져나오려 노력했는데, 겨우나마 빛이 보여 나오고 나니 사실은 자기 눈을 누가 씹어먹었더라, 빛도 괴물 배에서의 탈출도 뭣도 다 꾸며낸 뭐 이런 이야기. 데카르트의 악마가 되살아날까?다. 뭐 어쨋든 조만간 길게 한번 적어 볼 생각이다. 오늘 ㅇㅈㅂ이랑 했던 이야기에서 문제는 내가 내 이야기를 잘 정리하지 못하고서는 급히 나왔다는 것이다. 역시 읽고서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금 익혔다.


3.

쉽게 야한 농담을 잘 던지는 편인데, 왠지 이런 방면에서 다른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쉽지 않은 이야기가 쉽게 나오게 하는 것은 능력인 듯 한데, 가끔 '나'를 규정하는 타인들의 일관된 관념을 느낀다. 내가 만든 성인 것은 뭐 인정한다. 문제는 성안에 누가 살고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분홍치마 입은 공주님이 '나'라는 성 안에 산다. 마치 월트디즈니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같은데 관광객은 끊이지를 않고, 들어왔다가 나가고 밖에서도 보고 사진 찍고 난리법석이다. 예쁘고 광고도 하니까는 당연하다. 공주님은 성 구석탱이 어딘가에서 왕자님 기다리면서 맨날 잠만 자고 있는데 한번도 깬 적이 없어서 깨면 뭔짓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정말 왕자님을 기다리는지, 사실은 산초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만 그냥 깨우지 말고, 성만 보자. 전성기의 돈키호테가 나타나면 또 모를까.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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