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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근황 20161003

1. 오늘은 개천절이다. 하나님인지 단군님인지 부처님인지 누구신지 모르지만 뒤에다가 ~님자를 붙여야 할 정도로 고명하신 분께서 하늘을 열고 내려오신 날이다. 이거 맞나 모르겠지만 내 인생 32년 동안 이렇게 알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 개천절도 이제 71분 남았다. 개천절 끝나면 뭐 다를 거 있나. 어짜피 직장을 그만두게 된 나로서는 개천절인 사실을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알았다. 집 가까운 데에 도서관이 생겨서 다니고 있는데, 효자도서관이라고 있다. 쉬는 날에는 정말이지 8시에는 가야하나보다. 아기들이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매일같이 아침 8시에 학교로 출근을 하시는 까락이 남아서인지, 나랑 시간감각이 완전 다르다. 나는 빨리 간다고 9시에 갔는데 자리가 없더라. 아직 사회에 좋은 것들을 맛보지 않아서, 야들은 오늘이 쉬는 날인데도 어제 밤에 일찍 잤나보다.


2. 이리저리하여 16년 08월 10일로 나의 회사생활은 끝났다. 총 2년 7개월하고도 10일간의 회사생활. 이제 더 이상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좋다. 이게 이유가 좀 복잡다단하고 요리조리 설명할 방법이 여의치 않아서... 간단하게 적어볼란다. 회사에 사고가 있었고, 사고의 원인을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거랑 별반 다를 바 없다. 김C도 김서방인데... 오늘 갑자기 김C 노래가 듣고 싶어서 무도가요제에서 했던 "사라질것들"을 들었어서 기억이 난다. 이 노래 은근히 좋다. 이하 노래 가사 중 발췌


"사라질 것들엔 미련을 갖지 말자
 꽃이 그렇듯 시간이라는 것도 그러하겠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어떻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고 우린 모를뿐야"


유튜브링크

https://youtu.be/zUG0qruYUYE


3. 그래서 노래가사를 들으면서 나의 퇴사 스토리를 읽어보겠다면 한 번 써보겠다. 링크걸었는데 안되며 모르겠다. 여튼 그래서 좀 적어보면 다시 처음부터 적어야겠는데. 회사에 사고가 있었고, 그 실행자는 나였다. 사고의 원인을 찾기는 어렵고, 어려우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 좀 길게 적고 싶지만 나머지는 다음에 언젠가 나를 만나면 듣도록 해야겠다. 왜냐하면 지금 공부하다가 갑자기 블로깅이 하고 싶어서 온 것이 1번 이유이고, 2번 이유는 내가 회사에서 나오면서 소정의 위로금 명목의 금품을 받아서이다. 돈 받으면 입이 없냐 싶지만,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명시하여 남길 마음은 없다. 그냥 사원이 권고사직 받고 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희귀하다고 하겠다.


4. 여튼 이리저리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나는 나왔다. 이걸로 나의 회사생활은 끗. 아마 앞으로는 3000명 이상 근로자가 있는 회사에 다닐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끗.이란 말. 금전이라는 실리적인 이득은 챙겼지만 사실 대의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있다. 적어도 나는 나의 퇴사에 대의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장사치들 사이에서 더이상 마음을 쓰고 싶지 않았으며, 동시에 군자는 하류에 가지 않는다는...공자님 말씀이 갑자기 기억이 나버려가지고... 약간은 우발적으로 하지만 늘 기다려왔던 기회라 생각하고서는 권고사직이라는 미끼를 덥썩 물었다. 그러니까 나는 물고기였고, 회사의 누군가가 이 물을 흐리는 놈을 낚아야 하는데 하면서 낚시대를 던져 낚은 게 나인 거다. 물론 이 문단은 나의 입장을 투영한 감상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유지를 위한 일상적인 기업의 행태를 말하고 싶은 정도일 뿐이다.


5.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깐 나와 함께 근로를 제공하던 회사의 종업원들 모두가 연못에서 노니는 물고기로만 느껴진다. 연못 밖에서 낚시대 던지신 분들 역시 같은 근로자이겠지만 본인들의 생각은 다르겠지. 그리고 저기 멀리서 평온한 연못 물 흐리는 물고기 잡아오라고 시키는 사장님은 또 따로 있을 것이고


6. 여튼 이렇게 끗 난 요새 노무사 공부를 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회사를 들어가기 전 "월급쟁이를 해봐야 한다는 말"과 "공부는 니 돈으로 해라"라는 충고에 월급쟁이라는 배에 올라탔고, 공부를 하겠다 떠벌리며 월급쟁이 생활을 했고, 오늘로 공부를 시작한지 3주가 되었다. 은근히 말해 온대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아마 30년 후 쯤에는 술집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리고 인생도 조낸 스펙타클 버라이어티 재미잼으로 살아야 하고...


7. "경영+법 = 노무사" 라고 해야할까 간단하게 시험 통과의 절차적인 부분에서는 그러한 듯 싶다. 그런데 난 경영도 모르고 법도 몰라서 대략 망해쓰요. 망했는데도 1년 안에 끝내겠다고 말을 뿌려놓은 상태라서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고 아주 망해쓰요. 그래서 여튼 내년 6월에 1차를 보고 8월에 2차를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고, 17년에 노무사 시험에 통과하는 것은 어제부터 계속하여 마음에 두고 있는 목표다. 어짜피 망해쓰니깐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8. 그리고 나는 몸에 문신을 심었다. "터무니없다"라는 말이 터에 무늬, 자취가 없다는 말이라는데 나는 몸에 무늬가 생겼으니깐 뭐냐... 여튼 무늬, 자취가 있다는 말 마찬가지로 몸에 무늬 자취를 남겨 절대 잊지 않으려는 나의 시도다. 근데 생이 생각보다 너무 진하게 나와쓰요... 이거가 좀 맘에 들지 않아요... 앞으로 차근차근 빠져가겠지만... 여튼 이리저리하여 30분이나 이걸 썼다. 이제 다시 공부



내 몸에 에곤실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