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동아시아

 

책 전반에 깔린 “그건 누군가의 탓이 아니야. 사회가 애쓰지 않는 탓이야”라는 태도는 앞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저자를 느끼게 해서 이제서야 읽은 게 아쉬웠음.

서문에 “(8면)글을 쓸 때 가능하다면, 사회적 상처에 대해 말하는 제 글이 그녀와 같이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읽기에 힘들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김승섭은 말한다. 합법적인 폭력기관의 일면을 갖춘 국가가 용인하고 묵인한 아픔이 흩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사람에게나마 길이 되도록, 사람들의 상흔을 기록하고 통계자료를 작성한 내용이 책의 주요 부분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국가 제도와 사회의 열악한 감수성을 조곤조곤 폭로하는 통계 등의 연구자료를 해석해주고(교수님이니깐), 비로소 사회가 노력해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살 방향을 예방과 사회적 관계망에서 찾아보자고 제시하면서 책은 끗.

(82면)국가가 아니라 새로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증명해야 하는 ‘사전주의 원칙’에 기초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123면)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또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또 쉬는 만큼 그대로 월급이 깎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차나 병가를 쓰지 못한 채 몸이 아파도 참고 일하고 있었던 겁니다….한국사회는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잔인한 논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지요.

(163면)저는 아이들에게 경험이 많은 어른들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 배에 탔던 아이들은 그 상식을 지켰다는 이유로 죽었습니다.

(234면*우리사회인종차별)한 번 피해자의 경험을 가진 파란 눈의 아이들은 ‘우월한’ 집단이 되어서도 ‘열등한’ 갈색 눈의 아이들에게 훨씬 더 너그러웠습니다….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더욱 조심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차별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주는 교훈에 주목하고 이 실험을 노동자, 교사 등 다양한 집단에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행합니다.

(282면*가습기살균제사망사건)이 논문에서 크리벨 교수는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서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