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반짝이는 주렴을 드리운 윤슬. 시푸른 하늘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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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은 어릴 적 집에서 읽고,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그러고도 책을 여러번 샀는데 찾을 때마다 책이 없어서 그랬어. 다시 책을 초대하면서 집 문 앞에 덩그러니, 나를 기다린 책을 집어서 첫 문장을 읽고 읽고 다시 읽고 잠시 생각에 빠진 후, 그제서야 최인훈 작가가 이명준을 위해 광장의 첫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쓴 이유를 짐작하게 만든 최인훈이 남긴 변주, 그 세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이거 일할 때 쓰는 문체인데..).

첫 번째.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척이면서 숨 쉬고 있었다.

두 번째.
바다는 숨쉬고 있다. 크레파스보다 진하고 육중한 비늘을 뒤채면서

세 번째.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내 맘에는 혹시나 역시나 세 번째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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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면)힘센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때로 참을 수 없는 위선입니다.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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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공포는 주정뱅이에게 사치지만, 잠시 잠들어 꾸는 꿈은 고약하다. 꿈 속에서 버무려진 기억은 아주 고약한 어떤 일을 바라게 되고, 바라다 허무해지고, 어이없이 허무하여 바라볼 것이 없게 되자 깨어나서는 모든 희망을 끊어버리게 되는 그런 망함과 소망과 허망과 절망으로 간을 한 담담한 시래기국

시래기 가닥같이 진하고 오밀조밀한 단편 중에서 "봄밤"이 특히 좋았는데, 영경의 외출을 허락한 어느 봄밤이 수환과 영경에게 마지막 밤이 된 장면에서 허물어지고, 기억으로만 남은 둘을 보면서 벌써(?) 마지막 페이지라는 서글픔에 잠겼다. (장편인지 알고 빠져들어 읽었는데 단편일세)

(168면)"이를테면 과거라는 건 말입니다"
마침내 경련이 잦아들자 그가 말했다. "무서운 타자이고 이방인입니다. 과거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도 수정이 안되는 끔찍한 오탈자, 씻을 수 없는 얼룩,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거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이물질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엄청난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진화했는지 모릅니다. 부동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유동적이게 만들 수 있도록, 육중한 과거를 흔들바위처럼 이리저리 기우뚱기우뚱 흔들 수 있도록, 이것과 저것을 뒤섞거나 숨기거나 심지어 무화시킬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정확성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그렇다고 완전한 부정확성은 아닌 방향으로 기괴하게 진화해온 것일 수 있어요."

나는 주정뱅이니깐 섬망 속에서도 기억을 해주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껴(?) 또 만취를 하다가 계속 그러니깐. 시래기국에 막걸리나 마시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래서 내가 술은 못 끊지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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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망을 잃고 롤랑바르트가 남긴
죄책감, 슬픔 그리고 괴로움의 기억은
사회화된 애도의 방식이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균열을
삐집고 나온 고유한 슬픔의 감정이었고,

“슬프기만한 수많은 아침들”이라는 글귀는
엄마가 죽은지 2년을 겪어 표시된 마지막 애도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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