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속에는 주체가 없다. 오늘날의 임상보고에는 주체가 '삼엽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구 안에 넌지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식의 병력은 인간이 아니라 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뗴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개 되는 것이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섹스, 조석현 역, 이정호 그림


1.

신경의학과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인 올리버 섹스 교수님의 글을 인용하며 나의 허리디스크(다른 말로 추간판탈출증,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장애, 디스크환자 등등 많은 명칭으로 불리는 이 질병) 일기를 적으려니 마음 한 켠에 죄송한 마음이 문득 들지만, 아시아 대륙 한 켠에 삼면이 바다이고, 한쪽 면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육지섬에 사는 인간이 교수님을 기억하며 글을 쓸줄은 몰랐겠지. 암 그렇고 말고. 


2. 

내 허리 통증의 역사는 굉장히 긴데, 그 시작은 육지섬을 구성하는 철조망 근처에서 한 군생활 때였다. 당시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닌다는 나의 이력이 특혜로 비춰진 일이 있었는데 그건 군대에서 제안받은 행정병자리였다. 특혜를 받지 않겠다는 보통사람에 대한 지향이 있던 나는 행정병 자리 제안을 다 마다했고, 그러다 휴전선이라고 지도에 표시해 두고 철조망으로 육지에 휴전선을 그려 둔 철책을 경계하는 부대였고, 부대원 450명 중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인 사람이 3명뿐인 부대였으며, 사방이 산이고, 계곡물이 흐르고 맷돼지가 뛰어노는 산 속 GOP 부대에 배정을 받았다.


2-1.

저 설명을 왜 구구절절했냐면 저 선택이 2020년 내 통증의 미약한 근원이요 창대한 마비의 시작이라. 우선 행정병 마다하고 철책을 경계하러 올라갔지만, 막상 GOP에서는 까라면 까라는 군대의 종족적 성질머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대학다닌다는 이유로 GOP행정상황병이 됐고, 근무 여건은 입으로는 3교대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2교대로서, 하루 12시간 정도를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서 구부정한 자세로 일했다. 그렇게 5-6개월 뒤 여름이 왔고, 진지공사에 끌려나가 삽질을 좀 하고 났더니 다리에 강도 10점 만점에 10점의 통증이 와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때도 수술을 안하고 나은 후 부대에 복귀해 만기전역을 했다는 그런 나만 슬픈 이야기..


2-2.

저때 상태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진지공사로 허리를 급하고 격렬하게 사용한 뒤 자고 일어났더니 골반부터 발가락 끝까지가 뻣뻣해져서 무릎을 접거나, 허리를 굽힐 수가 없었던 그런 상태로서 마비는 물론이고, 10점 만점에 강도 10의 극심한 통증을 느낀 상태였다. 당시 내 마음은 나이 23에 다리 불구가 되어 앞으로 양말도 못신는 처지가 되는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었는데, 웬걸 2주 정도 쉬었더니 걸을 수 있었고, 군병원에서 1달 정도 보존적 치료 후 부대에 무사 복귀..


3. 

그 이후 몸이 기억하는 통증의 공포는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도록 만들었다. 헬스도 종종 했고, 맨손 운동은 꾸준히 했다. 척추 기립근을 세웠고, 배에는 투팩부터 식스팩까지 다 만들어봤고, 허벅지를 두껍게 유지했고, 엉덩이를 탄탄하게 만들었고, 몸에 근육량을 유지했었던 적도 있었다는 즉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과거적 사실..


4. 

그리고...이번 사달이 났다. 때는 2020년 6월 29일로, 이미 2019년 12월에도 진료를 해주셨던 신경외과 의사선생님을 찾아가 다리 저림이 계속된다고 말하니 의사선생님 왈 당장 입원해서 MRI 촬영을 하고, 상태를 진단하고, 주사도 맞자는 거다. 이미 정기적인 다리 통증으로 회사에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한 전력이 있던 나는 그 상황에서도 처리할 업무 생각을 하며 "지금 입원을 해도 되나?"란 무지한 고민을 한 끝에 입원을 했다. 그리고 종종 환자를 신나게 하는 의사 선생님의 멘트를 들었는데, "여태 어떻게 참았어요? 많이 아팠겠다."라고 말씀을 하시자 나는 '내가 통증을 잘 참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진 동시에 '나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현인을 마주한 기쁨'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그 때 선생님의 모니터에는 MRI 이미지가 올려져 있었고, 영롱한 뼈 사이로는 디스크가  우악스럽게 혀를 내뽑고 있었다.


5.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우선은 여기까지만 적고 다음 이야기는 이어서 적으려 하는데, 2020. 6. 29.당시의 통증 강도는 5-6정도였고, 당시에 맞은 주사는 신경차단술 주사다. 알려진 신경차단술의 효과는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 신경 주위의 염증을 씻어내 통증을 약화시키는 거다. 디스크 환자가 다리 방사통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수핵과 섬유륜으로 구성된 추간판에 손상이 와서 섬유륜을 찢고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에 닿게 되는데, 그 신경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염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통증의 원인은 신경에 발생한 염증이니 우선은 염증을 씻어내자며 염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및 식염수를 뿌리는 게 신경성형술 및 신경차단술인 거고, 그럼 왜 튀어나온 디스크를 힘으로 돌려넣지 않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물리적으로 집어넣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같은 원리로 통증은 완화하는 시술법인며, 다른 점은 튜브를 삽입하는 성형술이 차단술보다 더 정교하게 염증 부위를 겨냥해서 쏠 수 있다고들 하더라. 신경성형술과 신경차단술의 시술 후 후기는 뒤 편에서...


6.

그렇게 이후 약을 먹고 통증이 줄어들자 몸이 괜찮아졌다는 착각을 해서 야근을 지속했고 음주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떠돈 결과지는 2020. 7. 27. 10점 만점짜리 통증으로 돌려받게 된다. 이후 오늘로 여름휴가, 연차, 병가를 모두 끌어다 써서 7주째 와병중이다. 2020. 9. 9. 현상태를 앞서 말하자면 10분 이상 앉아있으면 다리에 쥐가 나는 반면, 설거지 및 청소기를 돌릴 수 있게 된 차도에 선명한 희망을 갖고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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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angbi 2020.09.09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역시 너는 글쟁이를 했어야 해. 와병생활 시작한 김에 분업으로 등단은 어떠신지??

    • BlogIcon namit 2020.09.11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이야기를 열성을 갖고 적었더니 이론 칭찬까지... ㅋㅋㅋㅋㅋ 우선 통증일기를 차근차근 써보겠음다 ㅋㅋ

오랜만에 주말 이틀을 다 쉬었다.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쉴 때 알게 된다. 쉬지 않는 삶이 일상이 되면 일상에 함몰돼서 관성에 따라 끌려가기 마련이다. 주 6일제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해 왔고, 9시 출근해서 저녁 상담을 마쳐서야 집 문을 열었다. 현관문에 풍경종을 달아뒀는데, 청아한 종소리에 마음이 풀어지기도 했으나, 가끔은 그 청아한 울림에 다른 집 사람들이 잠에서 깨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노동3권을 행사하겠다는 사람을 만나고, 노동3권을 설명해주고, 부조리, 불합리한 상황을 만드는 기괴한 권위에 숨죽이고 살지 말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고, 어느새 지난 시간은 1년 반이다. 어느 순간부터 만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만 알아본다. 내가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수준 떨어지는 핑계다. 언제부턴가 그들이 궁금하지 않다. 해고당하지 않고, 잘리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서 상대방을 꺾기 위해 모든 촉각은 아군과 적군의 구도에서 적군에게만 들어서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잘 드는 칼이 되어야지. 라고 시작했던 마음가짐이 있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노동조합에 대해 풍문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리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게 신념인 사람들이 있는 세계에서, 무엇보다도 불법을 밥먹듯이 하며 준법의식이 아니라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풍토에서 보통만 하려고 해도, 이기지 않으면 안됐다. 그렇게 칼이 점점 날카로워졌고, 공무원을 만나든 사용자를 만나든 호통치고 비난하고 비꼬는 태도가 일상이 됐다.

 

이틀의 여유동안, 침핀으로 그림엽서와 인쇄된 천을 벽에 고정했더니 집 분위기가 확 살고, 이번 여름 처음으로 선풍기를 꺼내서 찌든 때를 털어내고 씻어냈다. 마포구민체육센터에 찾아가 헬스장 1일 이용권을 4,000원을 내고 구매해 운동도 했고, 운동하면서 티비도 봤다. 3주 만에 집 청소를 했고,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도 4/5정도까지 읽었다. 

 

장강명의 르포는 한국사회에 적어도 추천보다는 공정해보이고,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당선과 합격의 제도, 즉 문학계에 등단인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문학상을 비롯해, 대기업입사제도인 삼성의 채용제도 및 로스쿨, 수능제도 등을 업계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통계 그리고 기사로 진단하고. 비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 합격하면 계급이 바뀌는 현실을 신랄하게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당선과 합격의 제도가 쓸모가 있는지를 다루는 건 물론이다.

 

쉬지 않는 삶이 일상이 되고, 상대를 이겨먹는 태도가 일상이 되는 와중에 오랜만에 책을 읽고, 이틀을 나만을 위해서 사용하고 나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오만가지 생각을 드는대로 다 적고 말하는 무지막지하고도 무식해서 용감한 능력이 있었는데, 어느새 말을 아끼려 노력하는 사람이 됐나보다. 

 

뭐 우선 사무실에 예고한 퇴사일까지는 이제 41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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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3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락 못한지 오래되어 궁금하던차에 지난 6월 기어이 상갓집에서 만났으나 여전히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구나. 너의 근황 글을 읽으니 근황이 더욱 궁금하다.

  2. fomo 2019.08.12 1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업데이트 반갑네.
    나의 다음 한국행은 또 누군가의 결혼식일까나?

이 세상에서 법규들은 '공공선'이라는 고결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지만, 그 이후 실제적으로는 공공의 탐욕이라는 동기 하에 집행된다. 이 세상에서는 불합리성이 인간에게 마치 그림자처럼 들러붙어서 옳은 일들이 그릇된 이유로 행해진다. 일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정당화를 위하여 옳은 이유들을 긁어모은다. 이 세상은 순수한 천사의 세상이 아니라 간악한 책략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입으로는 도덕 원칙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힘의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나 도덕적이지만 적은 언제나 비도덕적이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사울 D,알린스키, 박순성.박지우 역



1. 

이번에도 뻔한 말로 시작하는 오랜만의 이야기. 퇴사의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소환당해 다녀왔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협력업체 사장과 회사의 이사등이 와서 대질심문을 하고 간 현장. 나는 참고인에 불과하니 금방 끝날줄 알았지만, 점점 길어지다가, 6시에 끝나요...그러다 어느새 7시까지 대략 3시간 반 정도 형사분에게 "진술인"으로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새로이 알게 된 것은 하나도 없고, 알았었던 것들을 다시금 상기하며, 말을 해야할 상황. 여하튼 거기까지 간 이유는 내가 재직하였던 회사가 당시의 협력업체의 사장을 경제사범으로 고발한 탓이다. 그리고 피의자와 고발자 사이에 사실관계등이 대립하자, 당시에 사실상 모든 업무의 실무자였던 타칭 "권대리"였던 나는 소환당한거.


1-1.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사실 난 회사에서 나의 권고사직 사유를 뭐라고 적었는지 몰랐다. 근데 이번에 형사분한테서 듣게됨, 나 "업무 해태"가 권고사직 사유였음.... 하 샹 여태까지 쟈들이 사유를 이렇게 적어 놓았는줄은 몰랐네-_-


1-2.

당시에 오억원이란 큰 돈의 지급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었고, 회사에서 나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두려움에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담담해졌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공포심과 혼란스러움, 두려움을 동반한 메스꺼운 기운이 나를 떠나질 않았었는데, 변호사가 하는 말의 핵심은 "횡령이 아니면 고소를 하기 힘들 것이다." 이 부분이었고, 한편 마음을 놓았었는데, 


1-3.

늘 우리편 말고는 나쁜 놈을 만들어야 해서 그럴까. 왤케 내 이름을 말하고 다니시는지. 나한테 돈 준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더랬다. 사실 문제는 그때 일을 단도리 하지 않고, 몇몇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한 것이 문제인데, 여하튼 강 건너 불구경이지만서도, 사실 내 옆에 불씨가 아직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나봄.


2. 

여하튼 내가 합격한 계기는 저 순간들의 빡침에 있었던 것이고, 더 나아가 저 당시에 벌어진 일들로 말미암아 내 성격이 졸래 변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나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은 것들은 이러했다. 위기의 순간 그 와중에 제 살 길 찾아 이합집산하는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순간적인 선택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양상, 개새끼(믿을 수 없는 놈)는 영원히 개새끼로 남는 영원불멸의 진리, 몰랐다는 말의 위력, 대기업에서의 정치 구도, 회사를 위한다는 말 뒤에 숨어있는 나만 살면 된다는 진실, 입만 열면 나오는 도덕과 윤리라는 선한 말들의 악취 등등


2-1.

저 경험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은 하나인데, 사원 나부랭이였어서 그랬을까. 내게 가장 중요한 업무의 포인트는 "어떻게 처리하지"였고, "왜?"는 중요하지 않았었다. 결국 이러한 행동은 후에 게임말로서 역할을 한 뒤 권고사직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일임에도 타인의 결정에 따랐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라, 그리하야 앞으로는 차라리 내가 말하고, 해명하고, 책임을 지고 말지. 딴 새끼들이 시키는 거 하다가 병신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랑 생각해 보니 하나가 더 있는데... 사적 관계와 비즈니스 관계를 구분해야 내 정신건강이 좋다는 것...


2-2.

아 광명경찰서에서 오라고 했는데, 분명히 여기는 경기도인 거는 아는데, 문자를 보낸 지역번호가 02로 찍히는 거다. 첨에 스팸인가 장난하나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왠걸 정말임-_- 광명은 지역번호 02를 쓴다는 충격적인 사실






<Camille Monet on her Deathbed, 1879, Claude Monet>



1978. 6. 24

자기만의 고유한 슬픔을 지시할 수 있는 기호는 없다.

이 슬픔은 절대적 내면성이 완결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명한 사회들은 슬픔이 어떻게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서 코드화했다.

우리의 사회가 안고 있는 패악은 그 사회가 슬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도일기, 롤랑바르트, 김진영 역



3.

일케 욕과 불평 불만을 쏟아내고 나니, 효도여행을 빙자한 사욕 채우기 여행을 적어보려 하는데, 일단 사욕 채우기는 실패.... 첫째날 아빠랑 한 판 하고는, 모든 사욕을 버리고, "가이드+통역사+짐꾼+이정표+아들" 의 역할을 다하였지만, 반면 어느거 하나 완벽하지 않았으면서도.... 다 조금씩은 하고 돌아왔다는 그러한ㅋㅋㅋㅋㅋ


3-1.

윗 발췌부분은 프랑스 학자인(기호학자였나...) 롤랑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기록한 쪽지를 엮어 만든 [애도일기]라는 책의 일부이다. 사실 난 어느 순간부터 죽음을 너무나 무서워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 가지 언제가냐 여행을 떠났던 거다. 


3-2.

여행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엄마가 흥에 겨워서 부르는 콧노래가 들렸던 때였고,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은 아빠가 홀로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뒷모습을 봤을 때였다. 이렇게 적고 보니 왜 저 부분을 발췌했는지 관련성 1도 없어보임. 여튼 그리하여 이 블로그에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사진을 올리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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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20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18.06.20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fomo 2018.06.23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 업뎃 좀...

다음날, 그녀는 공동묘지로 가서(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그러했듯) 아들의 무덤 앞에 섰다........사랑하는 아가야.......네가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의 나처럼 될 수 없었을 거야. 그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잖니. 아기를 갖고 동시에 이 세계를 경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내보낸 곳이 바로 이세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기 때문이며, 아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 소란스러움, 그 소요에 기꺼이 참여하며 이 세계의 불치의 바보짓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란다. 너의 죽음을 통해 너는 나로부터 너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너는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지.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나는 자유로워졌단다. 내가 감히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네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암울한 생각이 너에게 어떤 저주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네가 나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너의 죽음이 하나의 선물, 내가 결국 받아들이고 만 끔찍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 정체성, 밀란 쿤데라, 이재룡 역


1.

인생의 책을 권하라고 하면 늘 권해왔던 책인데, 나는 이거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이다. 발췌한 부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구절인데, 적고 보니 길다. 책을 읽는 행위는 너무나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어서, 억지로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민물고기가 분수 모르고 심해로 들어가 침잠하다가 호흡과 압력에 눌려 돌아기실 그것이다.


2.

노무사 시험에 최종적으로 합격을 하고서는 앞으로의 삶에 고민이 생겼다. 난 누우면 잠드는 편인데, 근래 얼큰하게 취해서 기분좋이 몸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서도, 새벽 뜨는 해를 보기도 했다. 사실 이유는 단순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 지 몰라서 그렇다. 간단하게 적자면 ㄱ. 많이 벌것이냐, ㄴ. 적게 벌것이냐. 물론  ㄱ,ㄴ은 나에게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해주겠지.


2-1.

경험하지 않거나 못한 것에 대해 동경이 있어서, 일단은 다 해보려고 한다. 이게 내가 또 망했어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다 해보겠다고 깝치고 있어요... 여하튼 그래서 이런 저런 소속에 이름을 보내고 있다.




<Au moulin rouge, 1982-1985, Toulouse-lautrec>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늘 괜찮을 것 같아.

- 보들레르



"진실에 대한 걱정이 여기서 주인 노릇을 한다. 그것은 구경을 하는 자들의 모든 의도와 호기심보다 강렬하다. 변화무쌍한 환상도, 악몽도 없이, 오직 거짓을 추방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려는 의지로 로트렉은 무서운 작품을 창조했다. 문명화된 우리의 정면에서 벗어나 악덕과 비참함이 가득한 지옥 중의 한 곳에 가장 잔인한 조명을 비추었다. 서투른 교활함, 저항하지 않는 어리석음, 동물의 무의식, 더욱 슬픈 것은 순진한 얼굴을 한 여인들처럼 행복하고 규칙적이며 소박한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점, 그 모든 것이 그토록 선명하게, 가혹한 평정을 유지한 채 표현되었다."

- Journal에 기고, 미르보, 어디서 발췌했는지 모름...




3.

바로 위에 글은 해당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이후 로트렉이 창녀들을 그린 판화집에 대해 미르보라는 비평가가 옹호를 한 부분이다. 효도여행인지 내가 오랑주리랑 오르세를 가고싶은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12/04에 엄빠를 모시고 파리행 비행기를 타는데, 그 기념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를 봤다. 그리고 예전에 좋아했던, 하지만 잊고 있던 로트렉이 똭 떠오름.


3-1.

로트렉은 부유한 가문이었는데, 부모간 근친혼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어려서 부러진 다리가 다시 붙지 않아서 평생 난쟁이로 살았다. 그리고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벨에포크 시대로 길과 마리옹 코티야르가 넘어가자마자, 장면에서 위의 "물랑루즈에서"가 떠오르면서 로트렉이 나오는데, 저런 이야기들을 막 함ㅋㅋㅋㅋㅋ


3-2.

사실 미술작품 이런 거에 관심을 가진지가 대략 2011년부터여서, 그래서 과거 유럽에 있을 때는 오르세를 안갔었더라는.. 이번에 함 가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벌써부터 기대중


4.

요즘 술도 많이 먹고, 말도 많이 하고 그래서인가 모르지만, 적을 거가 없다. 오랜만에 적고 싶어서 적었는데 결국 발췌만 하다가 끗. 그냥 생각이 하기 싫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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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5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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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울


 끔찍한 몰골의 사나이가 들어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본다.

"-어쩌자고 거울을 들여다보시오. 아무리 봐도 불쾌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끔찍한 몰골의 사나이가 나에게 대답한다. "여보시오. 1789년에 선언한 불멸의 원리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권리에 있어서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거울을 들여다볼 권리가 있지요. 유쾌하건 불쾌하건, 그건 내 의식에만 관계될 뿐이지요."

양식(良識)의 이름으로는, 아마도 내가 옳았다. 그러나 법률의 관점에서라면, 그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 파리의 우울, 보들레르, 황현산 역


체코 출신의 프랑스 법학자 까렐 바샤끄는 1979년 프랑스 혁명의 모토인 자유, 평등, 박애를 바탕으로 인권의 개념을 세 단계로 나눈 인권의 3세대론을 처음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제 1세대 인권은 '자유'에 관한 것으로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밀하며, 자유권, 선거권 등 각종 정치적 권리,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제2세대 인권은 '평등'과 관계되는 것으로, 사회권적 기본권(사회권)이 이에 해당한다. 제3세대 인권은 '박애'와 관계되는 것으로 환경권, 평화적 생존권 등을 말한다. 


-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김영란


Article 4 - La liberté consiste à pouvoir faire tout ce qui ne nuit pas à autrui : ainsi, l'exercice des droits naturels de chaque homme n'a de bornes que celles qui assurent aux autres membres de la société la jouissance de ces mêmes droits. Ces bornes ne peuvent être déterminées que par la loi.


제 4 조, 자유는 타인에게 해롭지 않은 모든 것을 행할 수 있음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자연권의 행사는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같은 권리의 향유를 보장하는 이외의 제약을 갖지 아니한다. 그 제약은 법에 의해서만 규정될 수 있다.


- 프랑스 인권선언



1. 

1789년은 프랑스 혁명이 있었던 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표어 중에서도 보를레르의 말 중 발췌한 글의 맥락은 "자유"와 관련된 것인데, 이는 자유권으로서 일반시민법 하에서 형식적 평등과 관련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비교를 위한 대립항이라고 한다면 사회권으로서 평균적 정의<->자유권으로서 형식적 평등이라 할 수 있음) 모든 인민에게 '유쾌하건 불쾌하건 내 의식에만 관계된 문제'는 자연권으로서 보편적인 권리이고, 이는 자연권으로서, 모든 인민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기에,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침해될 수 없다. (사실 한국 헌법 제 37조 2항에도 법률유보의 원칙이 있다.)


1-1. 

굳이 설명을 막 달아서 근거를 이리저리 달았지만, 궁극적으론 보들레르가 적어 놓은 저놈의 양식(良識)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일기를 왜 공개적인 여기에다가 적느냐에 관하여 나 스스로 고민을 하다보니, 일단 적는 거는 내 자유이고,


1-2

내가 어려서부터 일기를 많이 써서 이번에 전주에 다녀오면서 어마무시한 어려서의 일기장들을 만났는데, 정리를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옴. 손으로 노트에 적어봐야 원체 내가 읽지를 않음 그래서 일기의 본의미를 살리고자 막 적는 것이라며


2.

지난 수험기간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유야 수만가지가 있었겠지만, 사실 엄빠가 아픈 것이 무서웠음. 이기적이지만 나이들어가는 엄빠의 모습과, 엄빠의 육신의 아픔으로 인해 내가 더 이상 마음대로 살 수 없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싫어서 그랬다. 그래서 어떻게든 1년 안에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열심히 했지만은 지금 현재 시험 결과에 관하여는 불안감으로 몸을 떨고 있다는....


2-1.

추석 연휴 전 목요일에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을 듣고 급하게 전주로 내려갔다. 아빠가 전화를 했는데,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는 이야기. 급하게 내려갔고, 다행히도 급성충수염이라는 질환인데, 생명의 위협은 없다며, 병원 신세를 지며 항생제를 투약하고 섭취물을 통제해서 그 혈액검사의 결과로서 백혈구 수치를 통해 염증의 증감을 확인 하는 그런 거라고 함.


2-2.

엄마가 없는 추석은 가부장적 문화권에서 남성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굉장히 힘든 날이었는데, 무엇보다도 밥해주는 사람도 없고, 설거지 하는 사람도 없는.... 그리하야 이번 추석에는 갈비찜을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됨, 갈비, 배, 사과, 마늘, 양파, 감자, 당근, 밤, 진간장, 물엿 약간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배랑 사과를 갈면서 팔도 아프고... 고기 핏물 빼고, 지방 제거하고, 양념에 재우고, 끓이면서 이리 긴 시간을 요리에 쓰시는 엄마에게 무한한 미안함을 느끼며, 레시피 올려야하나 고민중이지만 이건 안하겠지


2-3.

그 결과 배랑 사과를 너무 많이 넣어서 너무 달았지만, 엄마가 없는 추석은 너무 할 일이 많고, 바뻤는데, 엄마가 병원에 누워 있으니깐 왤케 마음이 쾡한지 모르지만 정말 별로이면서도, 거진 몇년만에 엄마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평균 하루 4시간 이상 9일간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잔소리 시작하기 전까지는 정말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였었다.


2-4.

그러면서 원래 시험 붙으면 마카오를 갈 생각이었는데, 엄마랑 병원에 너무 오래 있다보니깐 너무너무 심심해서 처음으로 시험에 붙으면 면접날짜가 언제인지 확인하게 되고, 그러면서.... 날짜 겹쳐서 못가게 되었다. 하 17년의 뻘짓 중의 뻘짓인데 도저히 발표 직후에 면접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변명을 해봐야 여튼 내 뻘짓으로 마카오는 아마 평생 못갈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다.


3. 

갑자기 딴 이야기로 넘어와서 이번 수요일이면 발표가 나는데 말입니다. 시험 본 직후에는 붙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시간이 지날수록 ㄱ.실수한 것 ㄴ.못 쓴 것 ㄷ.내가 붙을 수 없는 이유 만 막 떠오르면서 아주 죽을맛이라서, 그래서 이번달부터 목공을 배우기로 했다. 떨어지면 난 도저히 두 번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다른 길을 찾아서 먹고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한 것임.


3-1 등장인물

      1. 나(33세)  2. 친동생(31세)  3.자동차회사다니는 남자연구원(31세)  4.은행다니는 말빨 좋은 여성(30세)  

      5. 제조업 종사하시는 여성(25세)   6. 문예창작과 다니시는 여대생(23세)   7. 경력 1년 넘으시는 선생님(26세)


3-2 

나이를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이런 느낌이었음. 깜짝 놀란 것은 이중 선생 빼고 4명이 이걸 배워서 어찌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 나야 뭐 떨어지면 진심 이렇게 열라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3-3

나이를 적은 이유는 30대 위아래로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시는구나 하면서,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중


4.

목공이래봐야 실은 인테리어 소품 혹은 가구를 만드는 일을 배울 뿐이다. 건축이나 건설에 투입되는 목수와는 완전 다른데,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입문 시간인데, 이름은 까먹었지만, ㄱ.도면을 짜고, ㄴ.목재를 선택하고, ㄷ.목재를 가공 하는 건가? 여튼 배운 게 오늘이 처음인데 주로 배운 것은 수많은 공구를 사용하는 방법이더라. 톱니가 돌아가는데 긴장도 되서, 갑자기 배고픔이 몰려오면서, 당이 떨어져서 너무 힘들었음.


4-1.

참나무=오크: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임, 왜냐하면 고급스럽다나뭐라나

물푸레나무=애쉬: 한국에 많은 수종으로 이게 옛날에는 곤장에 쓰는 나무였다고 함, 그만큼 강도가 좋다고 함

단풍나무=매이플: 무늬가 좋고 나무의 질이 강해서 접이식 의자 관절부위(??)같은 데에 쓰인다고 함

호두나무=월넛:무늬가 예쁜 반면, 무른 나무여서 흠집이 생길 수 있다.

      

4-2.

뭐 그렇다고 함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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