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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L'Obscurité>, Pierre Arnold MAHOUKOU, 부산국제춤마켓 2013 야생이 들끓는 공간이었다. 암막으로 둘러쌓인 네모난 공간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 실체였다. 블랙박스라 불리는 네모난 상자 안에 있던 단 하나의 생명체는 공기를 흔들었다. 공기를 가르는 손짓 하나, 공기를 울리는 허리의 튕김 그리고 공기는 빛을 머금은 새하얀 옷으로 명암을 달리했다. 하나의 생명체는 공간을 덮은 음악 속에서 강약을 달리했고, 몸을 떨었다. 그렇게 근육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근육 갈기가 다시 엉겨 붙기를 여러번, 비로소 네모난 공간은 생명으로 가득찼다. 공연 내내 블랙박스라 불리는 어두운 공간 안의 빛은 기계에서 떨어지는 조명과 라이터의 불빛 둘 뿐이었다. Arnold는 적막한 무대에 올랐다. 은은한 조명 속에서 doucement(약하게)을 외치던 Arnold는 없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더보기
열망해 마지않던 신세계. 나는 늘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꼽는 것이 있다. 잡스가 그랬다지, 이명박이 그랬다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능력.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밝히는 능력이 그것일테다. 잡스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잡스는 종종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취합했다고 한다. 직원이 A라는 아이디어를 내면, 그게 왜 안되는지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반박을 하는 것까지는 그런갑다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인간이 재정신이 아닌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진다. 며칠 후 A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A 아이디어를 보여주며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왜 이 아이디어가 좋은지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부정을 하고, 이후에는 긍정을 한다. 왜 구린지 조목조목 쏘아대고, 이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인.. 더보기
한살이 오늘이 가는 것도 두렵고, 내일이 오는 것도 무섭다. 그 다음 날이면 괜찮을까?라고 자문해 보지만 누구에게 묻고,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지도 알 수 없다. 실존을 인식함은 고통이라, 고통의 까닭은 나의 현재 좌표를 알 수 없기때문일테다. 책을 읽어 어디쯤 와있는지 궁구해보아봤자 이미 궤도에서 많이 벗어나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다만 내 속을 파먹는 구더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안의 구더기가 이만큼 커졌어. 더 크고나면 파리가 되겠지. 기생충에게 뇌를 파먹혀 밤마다 양의 아가리를 찾아 헤매는 일개미처럼, 하염없이 까닭모르고 거실을 배회하는 파리 한 마리. 오늘도 내일도 돌고 돌며 누군가가 전화번호부를 집어던지기를 기다릴 것이고, 그럼에도 전화번호부의 무게가 겁나 생각.. 더보기
별과 같은데 우리는 별과 같은데 눈을 치켜떠 보기도 하고,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가 보기도 하며, 다른 별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허나 아무리 보려 해도 거대한 은하가 그리고 암흑이 분명한 이해를 늦춘다. 저 은하 너머의 그곳에 당신의 별이 있고 '나'의 별이 있다. 그곳에 대하여 별을 보는 마음으로 이야기해야겠다. 별과 같이 당신만의 시간이 당신만의 언어가 당신만의 세계가 있음을 알기에, 그렇기에 그 토양이 길러낸 심연이 당신의 안에 있음을 느낀다. 알 수 없다고 말 할 수 없지 않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이유로 말 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의 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사 인생에, 그래도 당신은 어떤 심연을 가지고 어떤 꿈을 꾸는지 듣고 싶다. 더보기
20121113 신념부재. 글쓰기를 많이 하고 있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적어내려가다 보면 무언가 걸리적 거리는 껀덕지가 있다. '직관'이라는 경험을 통한 표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달아 본다. 한 예술가는 감각자료가 축적되어 있는 중에 특정 경험을 하면 표상이 맺힌다고 했다.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미학자였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침에 읽은 책 혹은 드라마 영화의 이미지가 어떤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할 때 떠올라 결합하여 모호한 인상을 갖게 된다면, 이는 일종의 표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불명확한 껀덕지에 걸리적 거리는 느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적는 족족 제출을 하는데 곧 평가로 이어진다. 흔히 이러한 평이 나온다. "글을 장악하지 못함, 저자의 미끄러짐, 불분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