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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 내 옆칸의 승강구에 매달린 청년이 몸을 앞으로 빼면서 뒤로 점점 멀어지는 여자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 여자는 나를 향해서도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저들은 나에게 시선을 던지지도 않았고 지나쳐가는 플랫폼의 외등 불빛이나 바퀴의 소음과 함께 나를 기억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 이제 출발하고 작별하는 자는 누구나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갈것이다. -개밥바라기 별, 황석영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다 더보기
모차르트 - 로베르트 엘리아스. 자신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에 자양분을 제공한 두 원천, 더 살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킨 두 원천은 이제 말라버리려 하고 있었다. 즉, 그가 신뢰할 수 있었던 한 여인의 사랑,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빈 청중의 사랑 말이다. p.10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반항은 아버지가 복종했던 시대의 지배질서에 대한 적개심으로 전이된다. p.138 그는 음악의 전통적 형태에 묶인 채 계속 창작활동을 했을 것이고 궁정적 음악전통을 개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활동 공간을 가지지 못했을 거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p.176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말했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만 한다고. 똑같은 권리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계속 탐구해야 한다고도 말.. 더보기
침묵 - 엔도 슈사쿠. "너는 그들을 위해 죽으려고 이 나라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너 때문에 저사람들이 죽어간단 말이다." p.212 밟아도 좋다. 네 발의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p.267 증오의 감정과 모멸의 감정을 저쪽도 이쪽도 서로 안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페레이라를 증오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남자의 유혹에 의해 배교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페레이라 속에서 자신의 싶은 상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보는 사실이 견딜 수 없듯이, 눈앞에 앉아있는 페레이라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옷을 입고 일본말을 사용하고 자신과 똑같이 교회에서 .. 더보기
아파트 공화국 - 발레리 쥴레죠 "책을 본다."라는 의미에는 아마 책의 내용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책의 겉표지를 보고, 책의 삽화를 감상하며 그 책을 들고다니는 행위와 책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까지이다. 2번책을 다 못 읽어서 3번 책은 꼭 읽고 말겠다는 의지로 도전한 "아파트공화국" 저자는 지리학을 연구하는 프랑스 여성이다. 그리고 제목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아파트의 공화국이다. 어쨋든 서론 다 짜르고 한마디 하려다 보니 책 표지에 4-5포인트 정도의 크기로 적혀있다. "세상은 당신이 사는 곳을 동경합니다.", "이웃도 자부심입니다.", "집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인생의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모두다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채.. 더보기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엄기호. 노동자여, 자본가가 돼라. 여가라고 알려져 있는 비노동의 시간을 노동의 시간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비난받고 도태되어야 한다. 여가는 생산자본으로 전환 가능한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축적하는 시간이지, 놀고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자본은 실패한 자본이며 시장에서 바로 퇴출될 수밖에 없듯이, 노동자 역시 자기 계발이라는 잉여와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제 노동자는 노동현장에서 자본가처럼 행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역설에 갇혀 산다. p.84 물론 그 촛불들이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저항은 실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늘 실패하고 패배한다. 그러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촛불에 참여한 사람은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과, 배재된 주권자인 자신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