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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2007. 0. 여행길에 여러 번 챙긴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읽을 때 마다 나에게 새롭다. 이번에는 무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공허하다고 표현한 부분과 무진으로 가는 길에 “수면제”를 공상한 부분이 눈에 밟혔고, 아래는 그 중 “수면제” 부분. 1.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 더보기
책 [복지국가의 정치학 : 누가 왜 복지국가에 반대하는가?], 알베르토 알레시나 [복지국가의 정치학] 알베르토 알레시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저, 전용범 역, 생각의 힘. 1. '기회의 땅' 미국과 '고착화된' 유럽이라는 편견을 통계로 깨부수고, 유럽보다 미국이 소득재분배에 인색한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서양을 두고 양측에 있는 북반구의 두 세력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엄청 힘들었음... "유럽'보다' 미국이 '더' 뭐뭐 하다."라고 나오는 상대적인 비교는 늘 집중하기 힘든데.. 그나마 저자가 챕터마다 "결론"이라며 정리를 해주시는 덕에 완독은 해냈고.. 2. 여러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전제는 "유럽은 복지국가다."와 "복지국가는 소득재분배를 한다", "소득재분배에 찬성하는 건 좌파다"이고, 그럼 왜 미국은 복지국가가 아니지? 라는 질문에 대.. 더보기
책 [복지의 원리]양재진, 한겨레출판 [복지의 원리] 양재진, 한겨레출판 1. 저자는 복지국가의 시작은 "연대"와 같이 '협력하는 것 그리고 함께 속해있다는 소속감'에서 빚어진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시작했더라도, 이러한 복지가 국가 차원에서 지속된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이기적인 개인을 세워둔다. 박애, 연대 등 이타심(나는 이게 이타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에 기초한 게 아니라, 사고게임으로서 존롤즈의 "무지의 장막" 뒤에 본인의 처지, 성별, 재능, 계급 등이 감추어졌을 때 이기적인 개인들은 나의 능력을 "자유"롭게 펼치기를 원하면서도(자유의 원칙), 그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받도록 "차등"한 부의 배분(차등의 원칙)이 이루어지길 원한다고 한다. "자유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고 동시에 "차등의 원칙"에 따라 더 많.. 더보기
책 [부디, 얼지 않게끔], 강민영, 자음과모음 [부디, 얼지않게끔], 강민영, 자음과모음 1. 한 때 나의 상사였던 분께서 친히 집필하신 책이어서 권력관계가 다소 느껴져서 뭐라고 리뷰를 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뭐랄까 대학 시절 "왜 문학소설을 읽어야 하냐"는 질문에 최현무 교수였나.. 누군가가 말씀하시기를 "문학을 읽으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내성이 강해진다"라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돌이켜보면 문학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없지만, 하나의 완성된 타인의 삶을 읽는 행위로 나의 물리적인 시간이 채워지고, 애써서 하는 독서가 나의 좌표를 감각하게 해서가 아닌가 하면서 두루뭉술 적고는.. 2. 작품은 "부디, 얼지 않게끔"이라는 제목처럼 조심스럽게 정온동물인 닝겐들이 사는 세상사를 요리조리 보여주는데, 이를 보는 주인공둘인 희진과 인경은 정온동물이 .. 더보기
책 [유빅] 필립K.딕, 폴라북스 [유빅] 필립K.딕 저, 김상훈 역, 폴라북스 1. 지금의 나에게 sf영화의 최고봉을 꼽으라고 하신다면 기억력이 좋지 않고 유희를 즐기는 탓에 최근에 본 작품들 위주로 이야기를 할 것인데, 충분한 검증을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영상화해 사람을 휘어잡은 뒤 훈훈한 가족애로 마무리를 하는 나 종족간 차별이 없는 은하계를 꿈꾸며 우리 은하 알파 분면을 활주하는 사실상 '유토피아'인 행성연방의 스타플릿이 모험으로 눈을 끝없이 즐겁게 해주는 같은 기술발전으로 인류의 희망이란 횃불 아래 그림자가 사라진 작품들을 꼽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마음 속 한 켠에는 뿌리를 잊지 않은 염세주의 탓에... 2.역시나 내 취향은 이분이셨다. 필립K.딕. 그분의 작품들은 영화로 다수 제작되었고,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존재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