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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적고 싶어질까? 어느새 연수원에 들어오고서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먹고, 자고, 놀고, 싼다. 연수원에 들어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참 괴이하다고 할 수 있다. 연수원의 삶은 새벽 6시에 기상을 하고, 부은 눈을 비비며 모자를 눌러쓰고 후드로 얼굴을 가린채 뛰는 농구장에서 시작된다. 농구장을 뛰고 나면 이어 식사를 하고, 8시부터 18시 반까지 눈뜰세 없이 지루한 수업이 이어진다. 원체 어디서 나온지 알 수 없는 말들은 강사의 성향에 따라 단어의 정의가 풍비박산이 난다. 하물며 옷을 스마트하게 입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해피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들으면 이외수가 비꼬던 화이어같은 불꽃 이란 풍자가 떠오를 뿐이다. (정확히 이렇게 비꼬았는지는 미지수다) 여튼 저녁을 먹고 기쁨조.. 더보기
20120608 좋지도 않은 눈으로 저 멀리 너머를 응시해왔다. 늘 희뿌옇고, 내가 보고 있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지 가볼수는 있을지는 또렷하지 않았다. 눈은 너무 아팠지만 늘 희뿌연 너머의 흐릿한 그것이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었다. 홀로 보고 있는지 함께 보는 누군가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끊기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신뢰는 "하나의 명제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그림"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헛소리에 기대어 남겨져 있다고만 여겼다. 어느 순간 말이 힘을 잃었고, 지쳐버린 나는 시선을 거두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있으리라 여겼던 그림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까이 던진 시선은 어디에도 꽂히지 못하고 힘없이 땅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있다고 여겼던 그래서 바라봐왔던 저 멀리의 희미한 그것을 응시하려 .. 더보기
20120605 공부가 되지 않으면 도서관 산책에 나선다. 종이 냄새 풀풀 풍기는 책들 사이를 휘젓다보면 가끔 맞닥뜨리는 반가운 이름들이 있는데, 오늘은 왠지 장정일. 직접 다 읽어본 적도 없지만 워낙에 친숙한 이름이어서 책 세권을 몽땅 집어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공부가 안되서 책을 읽는다."라 한편으로는 참 긍정적이지만 내가 들고 있는 나침반이 여전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왜 책을 읽느냐고? 나는 내가 왜 책을 읽는지는 종종 까리하다. 와중에 장정일씨가 말하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랄까.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적 쾌락.. 더보기
20120529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을 거라는 옛 속담을 보니 그 쥐는 참 열심히 살았나보다. 얼마나 입구를 크게 뚫었길래 볕이 드냐. 더보기
'침대'와 시간 전주에 다녀 온 이후에는 늘 삶이 풍족해진 듯 하다.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의 탈출이라든가 지겨워진 일상에서의 탈출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도 좋지만 전주라는 도시에서 '나'를 느끼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창 밖으로는 중앙선 지하철이 달린다. 그 너머에는 구르는 자동차 대열이 끊이지 않는다.직사각형인 내 방에는 침대가 있고 책장이 두개가 있으며 책상과 작은 선반 그리고 오디오와 스탠드가 있다. 작은 선반은 침대 머리맡에 있고, 그 위에는 아담한 사이즈의 오디오와 어느새 9년정도 손때가 묻은 스탠드조명이 올려져 있다. 오디오의 스피커에는 먼지가 다소 내려앉아 있는데 근래에 오디오가 제 몫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대는 누워서 책을 읽기에 적당하고, 선반은 마시던 맥주를 혹은 마시던 차를 잠시 내려두기에 적당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