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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09012011 눈물이 나려한다-2

지금 껏 새해 이후로 일부러 한번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뭐 뻔하게도 내가 인터넷 잘 안하는 현시대에 뒤쳐지는 내 게으른 단면이 드러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왜 인터넷을 안했느냐를 생각한다면 더 뻔하다. 그냥 사람 만나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상대방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 일들이 너무나 행복해서, 사실 궁금했던 당신들의 삶을 1년이 지난 이 순간에 다시 볼 수 있어서. 그래서였다.

그리고 이제 다시 글자를 끄적이게 된 이유는 
그런데 이젠 없거든.

궁금하지 않고, 당신들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것이 아니고, 
그냥 내가 내 기쁨의 감정을 표현하기를 멈출 수 없었던, 근 2년만에 다시 찾아 온 조증에 종말을 고하게 될 순간이 되버렸기에. 그래서 

그래서 아직 큰 실패 한번 해보지 못한, (하물며 사랑의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더불어 큰 도전 한번 "난 게으르니까, 관심없으니까" 라는 핑계로 하지 않았던, 실패를 해보지 않은 똑똑한 사람이라 믿는 아이였던 나라는 사람은, 내가 살던 세상이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 넓디 넓던 숲에 나무가 푸르기만 했던 이유는 아직 겨울이라는 추운 계절을 몰랐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겨울은 당연히 오는 것이었는데, 푸르름은 빛깔을 잃고, 냉랭한 찬바람에 스치는 나뭇가지 소리만 남을 수 있는 거였는데.


그래서 굉장히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난 뭘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두명의 사람을 만났다. 직장인과 구직인. 두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곱씹으며 걸어 돌아온 내 뒤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약간의 한숨과 회한의 즉, 아쉬움의 감정. 모두 사람의 이야기를 했고, 생각의 밑바탕 어딘가에 깔려있을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떨떠름한 기분. 뭔가 똥싸고 비대가 없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휴지를 찾았지만 겨우 한두조각 남아서 고민고민하다 하루종일 신고 있던 땀에 쩔은 양말로 대충 닦고 나온 이 느낌. 그리고 하물며 그 양말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말이었던 그 느낌. 

이상하다. 두사람을 만났지만 나에게 다가온 가장 큰 느낌은 그 알 수 없는 공허함. 서로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환상의 대학생활에 들어와 있지 않는, 나에게 잊혀져 있었던 현실이란 가상공간에 존재하던 두 다른이와의 여태껏 온라인이라는 끈에 얽혀있던 오랫만의 만남.

이 공허함은 어쩌면 꿈 많아 학문을 닦는 곳이 대학교라 생각하는 철부지 대학생이라는 부류가 현실세상에 던져지기 전에, 현실세계에 몸을 담기전에 준비운동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 중에 생가는 일종의 고민인가.

혹은 그저 한숨정도인가?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갑작스럽게, 
그런데 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섞여서 자기 자리를 못 잡고 흐느적거리기만 한다. 


사랑, 지혜, 상식, 만남, 덕, 경험.

사려 깊은 노인네가 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되는

난 미친듯이 한명의 개인과 사랑에 빠져본 경험도 없고, 어느 한 분야에서 뚜렷한 선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의 지혜도 없으며, 가쉽에 있어서도 상식수준의 공감대를 나눌 수 없다. 그리고 수많은 만남을 통하여 다른이들에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깊지도 못하며, 그렇기에 타자가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이유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설득할 만큼의 도 갖지 못했다. 결국, 경험적인 측면에서의 나는 굉장히 편협한 사람이었다랄까. 

그 중에 어느것도, 하물며 실마리조차도, 내가 잡고 있는 것이 없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