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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엄마

엄마라는 소재는 늘 눈물을 짜는 신파극적인 성질을 가진다. 
학교에서 돌아 온 나를 반기는 그녀의 피곤한 얼굴을 볼 때면 늘 미안한 마음에 화가 치민다.
나와 엄마의 관계는 엄마의 사랑 아래에서 더 가까울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없다.

상투적으로 엄마는 자식을 끝까지 보다듬어주는 인물로 설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식인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 만족이 우선이기 일쑤이다.
싸우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그래서 미워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한다.
그녀가 나의 행복과 나의 슬픔으로부터 눈을 피할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기나 한가?
애증의 관계가 되는 이유는 엄마의 사랑이 부족해서 혹은 엄마가 나에게 잘못해서가 아니다.
그 한없는 사랑에 보답할 자신이 없는 내 모습을 볼 때 역설적이게도 엄마를 싫어하는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