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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

220107 금연 일기 5~8일차


헤비스모커가 당근 4개째 부셔먹으면서 담배 안펴본 이야기.

당근을 먹은지 4일차에 달리기 기록이 좋아졌는데, 금연 8일차 덕인지, 두통 6일차때문인지, 다이어트로 우주에서 내 질량이 줄어든 탓인지.. 짧은 거리를 뛰어서인진 모르지만, 더 빠르게 뛰게 생김

우리 삼실에는 온갖 비품이 다 있는데 가장 놀라운 발견은 감자칼(..왜죠..?) 당근 예쁘게 깎아 먹으면서 담배 피지 말라는 계시인가 했는데, 곧 복리후생으로 제주 구좌 흑당근을 맞이해서 난 천상 삼실토끼가 될 예정(in 돌꽃노동법률사무소)

5일차(내가 토끼다. 하루 일당근 갉아먹기 시작)

22.1.4. 9:28 출근길 오늘은 두통만 있고, 취한 아찔함은 전혀 없어서 다행이다

22.1.4. 10:28 하 담배 피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두통도 심하고, 집중력 감퇴도 심해서 담배를 펴야하나 싶다. 그러니깐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고통.. 이러다가 일 주일 밖에 못 끊은 걸 아쉬워하지 않고 일 주일이나 끊었다고 졸라라 좋아하게 생겼다

22.1.4. 14:11
서면을 써야하는데 집중력 감퇴, 생산성 저하, 업무 소요시간 증가, 전반적인 상태 불량

6일차(진통제 섭취 시작)

22.1.5. 8:39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두통이 심했다. 어제 자기 전에는 내일은 고통이 없겠네(?)라고 생각했으나 마침네 오늘은 아침부터 찌릿하게 뒷목을 찌르는 느낌. 달리기를 하려 했으나 허리 상태가 안좋아서 달리기를 못함

22.1.5. 8:55
담배향을 맡고 싶은 욕구보다 이 고통을 피하고 싶은 욕구. 역시 인간의 행복은 행복을 키우기보다는 고통을 줄이는 데에 있다는 에피쿠로스(근데 이게 사람이냐 학파냐 아직도 모르니 앞으로도 모르겠지)의 말씀이 떠오르면서 쾌락은 고통의 부재에 있으니 단기적으로 난 담배를 펴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담배를 안피는 게 고통을 더 줄일 수 있을테니깐 좀만 더 안피자

22.1.5. 13:12
손을 씼었다. 손바닥이 뽀송한 느낌이 든다.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 이정도면 이세계를 넘어 다중우주가 금연을 하는 나를 바라봐 준다고 여기는 망상 수준

22.1.5. 22:44
와 나 아직 담배 안핌. 금연한 사람 중 1/4가 겪는다는 두통이 심함. 이유는 뭐.. 내 의존증이 심했단 거니깐 니코틴 패치는 안붙이고, 타이레놀을 먹음. 이 두통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 들려고 함.

7일차

22.1.6. 5:41
담배를 끊으니 아침 기상이 상쾌해졌어요. 네^^ 그래서 5시에 일어났답니다.ㅅ

22.1.6. 12:12
식사를 마치자 마자 두통이 쎄한 것이 몸이 니코틴 흡수 시간을 기억하나보다

22.1.6. 14:01
오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멘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 중)

8일차(인지부조화)

22.1.7. 8:51
왜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거 같죠… 드디어 몸이 인지부조화를 겪나요..

22.1.7. 10:25
두통 6일차에 접어드니 괴롭히는 두통 친구라도 있다 없으면 서운하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

22.1.7. 12:55
식후땡 시간에 어김없이 두통 개시, 진통제 섭취

*지난 연말 16일간 하루 빼고 연속으로 음주, 지난 17년간 쉬지 않고 누적해서 흡연 하다. 스스로 무절제에 족쇄를 채우고자 우선 담배를 안피다. 보니 금단현상으로 두통이 과해서 고통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