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뭐든 시작할 때 시작점은 충격적인 경험에서 부터다.
충격적인 경험은 보통 사건이기보다는 시각적인 충격이 대부분인데, 활자이든 영상이든 별반 다를 것 없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학교에서 대출 한『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이다. 지난 학기에 우연히 석기용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터라,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는 가운데 유럽의 혼란기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미 대출기한을 넘겨서 벌금이 쌓이고 있지만 무엇인가 적어서 남기고 싶다는 일념에 책을 아직까지 붙들고 있었다. 끝내 완독은 하였는데 남아 있는 것은 큰 덩어리 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는 알겠지만, 그 세세한 논리의 흐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식은 단지 파편으로 남이 있을 뿐이다. 어찌되었건 적겠다고 시작했으니 끝을 내보겠다.

책의 주인공은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라는 17-18세기의 철학자이다.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였던 당시에 둘은 꽤나 유명한 철학자였다.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들었으며 죽은지 30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는 서양철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혀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던 둘은 어라? 그 흔한 역사 속 라이벌 스토리 같군. 그 둘의 성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스피노자는 자기만족형 천재였고, 반대로 라이프니츠는 자기만족의 반대로서 타인의 인정 속에서 사는 천재였다. (자기만족의 반대말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17세기는 찬란함과 다툼의 시대, 영적인 각성 이후로 종교 전쟁, 시민 전재어, 혁명, 침략, 그리고 인종 청소의 소행들이 잇달아 벌어진 시대, 국제 무역의 폭발적인 성장과 광대한 제국들의 형성, 각국의 주요 수도드링 급격하게 도시화되면서 불가피하게 역사적인 대역병과 화재를 동반했던 시대, 그리고 최소한 선택받은 소수의 눈에는 무기력한 신의 모든 불길한 조짐 위로 새로운 형태의 과학이 급부상하던 시대였다.......17세기 삶의 풍요로우면서도 혼란스러운 태피스트리를 한데 꿰뚫는 단 하나의 맥락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 시대가 하나의 과도기, 즉 중세의 신정 일치적인 진리가 근대의 세속적인 질서에 막 자리를 내주던 시대였던 것이다.  p.19
 
카톨릭이 신교와 구교로 나뉜 후로 30년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네덜란드는 그 유명한 30년전쟁(독일 땅에서 벌어진 신교와 구교간의 전쟁)을 마지막으로 지루했던 독립전쟁을 마치고 에스파냐(스페인으로 생각하자)의 지배로부터 벗어났다. 곁들이자면 30년 전쟁은 겉으로 신교와 구교 사이에 벌어진 종교전쟁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프랑스는 구교(카톨릭)였음에도 신교인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지원했고, 전쟁터였던 현 독일의 영토에 있던 제후들은 신교(개신교)였음에도 구교인 합스부르크왕가(에스파냐)를 지원하며 유럽의 기득권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 되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30년 전쟁이 신교의 승리로 끝이나고, 네덜란드는 당당히 독립국의 명패를 달게 된다. 네덜란드의 승리는 프랑스의 지원과 네덜란드의 부에 원인이 있다. 해운업을 중심으로 네덜란드는 부를 쌓을 수 있었고,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는 종교의 자유를 얻어낸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신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역시 수용하였음으로 스피노자의 부모는 네덜란드에 자리를 잡는다. 당시 네덜란드의 도시들은 구성원에게 자유를 보장하였고,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도 다양성을 잘 보장하는 분위기를 갖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다양성과 부를 통해 과학, 예술, 철학의 중심지로 부상하였기에 거주민으로 하여금 지적 발전의 최전선에 서 있을 수 있게 하였고,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는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태어난다. 

특정 공동체가 외세로부터 독립을 필요로하는 시기에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민족성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시기에는 자유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른다. 마찬가지로 당시의 유럽사회는 근대과학의 발전으로 신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었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는 이러한 시대 상 아래서 자신의 철학을 만든다. 스피노자는 신을 자연의 일부로 환원시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신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라이프니츠는 기존의 신을 지속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스피노자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에서는 두 철학자가 근대성이라는 거대한 조류에 마주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그러한 대안을 구성하는 논리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자연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인간의 환상을 파괴하며, 목적없는 우주에 살고 있는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양말이 낡아 치워버리고 새로운 양말을 신는 듯 하다. 중세로부터의 탈출이며 전격적인 한걸음이라 하겠다. 반면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목적을 가진 신의 절대성을 인정하며 신을 중심으로 더 높은 도덕이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던 체제로부터의 일탈이 아닌 양말을 기워 더 오래 신자는 식이다. 위에 제시 된 양말이 비유하는 바는 물론 '신'이다. 본 책은 라이프니츠의 철학이 스피노자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고 그 둘 사이에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여 종국에 라이프니츠가 다다른 이야기가 스피노자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나아가 무신론에 가까워졌다고 주장한다.

Posted by na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