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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장

11102010 나는 한국을 싫어한다.


나는 한국을 싫어한다.
말마따나 한국이 싫다.

강바닥을 파서 콘크리트로 메우고, 남은 콘크리트로는 지하벙커를 만드려 하나보다.
그 많던 물고기들은 어디로 가고, 파낸 흙속에 살던 우리에게 하찮게만 비춰지던 작은 벌레들은 다 어디로 가나.
홍수로 집에 물이 들어와도 그 호들갑인데, 물론 이것은 큰일이지만
내 집에 내 뒤뜰에 갑자기 기둥이 하나씩 없어지고, 잔디가 축구경기장 만큼씩 사라지면 나는 어디로 갈까.

아쉽다. 가슴이 아프다.

왜 한국에서는 바캉스가 없어서, 왜 한국에서는 산으로 강으로 마실을 가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을까.
단지 그 차이다. 시간을 내서 조용함과 자연을 느끼러 가는 마실이,
그리고 휴가를 떠남이 유행인 것과 그 것이 아님의 차이.

한국의 많지 않은 젊은이들은 유행이 되어버린 문화를 소비하면서 여가를 누리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듯 싶다. 과거의 낭만이라는 시시콜콜한 말들은 이제 시시콜콜하게조차도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지 않는다. 여가는 고급문화, 저급문화. 이렇게 둘의 카테고리로 나눠지며 수많은 가치들을 부여받지만 실상은 유행을 따른 경향일 따름이다. 조금 더 흥분되는 조금 더 자극적인, 그러한 활동 아닌 지켜봄의 행위를 기업과 광고주는 dynamique 또는 actif (이게 스펠이 맞는지 모르겠다) 라는 말로 포장하여 가격을 책정한 후 판매한다. 우리는 그를 단지 지켜볼 기회를 구매할 뿐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금전으로 흥분의 극치를 구매할 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느끼고 있는 기쁨에 행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한 기쁨과 행복이 부정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는 않지만ㅋㅋㅋㅋ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나? 누구도 탓 할 수 없는 한국인의 삶의 단면일 뿐이며 돈있는 돈버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만큼 누릴 수 있는 개인의 만족이기 때문에. 더욱이 짧은 여가를 누릴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시간을 내서 가는 장거리 마실은 여러모로 피곤한 행위일뿐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도 물론이며 한국 직장인들에게 부여되는 휴가의 양으로는 조금 먼 여행은 어림도 없는 짓일 것이라고 믿지만..

그게 행복이겠지?
일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자극.

물론 모르겠다. 답은 나오지 않는다라는 아는척 백만개하는 이런 맨트따위 치워버리고
너무나 당연히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알아?

스스로의 관계의 바운더리를 공고히 함이 행복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고. 개인마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감정의 질과 양은 다를 수 밖에 없는거잖아.

하지만 혹시라도 가능했다면,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 만 더 많이 강에 가서 스스로를 즐기고, 짧은 여행을 통해 삶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고, 조용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알았다면. 길고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많지 않은 노동시간과 긴 바캉스가 존재했다면.

강은 저렇게 파였을까.

한국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산뿐이 아니라, 강에도 가야겠다.

p.s. 이젠 낙동강 오리알 떠내려오기도 전에 다 깨지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