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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 그 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돕거나 어린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通의다정함을 .. 더보기
20120605 공부가 되지 않으면 도서관 산책에 나선다. 종이 냄새 풀풀 풍기는 책들 사이를 휘젓다보면 가끔 맞닥뜨리는 반가운 이름들이 있는데, 오늘은 왠지 장정일. 직접 다 읽어본 적도 없지만 워낙에 친숙한 이름이어서 책 세권을 몽땅 집어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공부가 안되서 책을 읽는다."라 한편으로는 참 긍정적이지만 내가 들고 있는 나침반이 여전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왜 책을 읽느냐고? 나는 내가 왜 책을 읽는지는 종종 까리하다. 와중에 장정일씨가 말하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랄까. 시민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 책과 멀리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사회 관습의 맹목적인 신봉자가 되기 십상이고 수구적 이념의 하수인이 되기 일쑤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내밀한 정신적 쾌락.. 더보기
마광수 - 사랑받지 못하여 외설이냐 예술이냐, 미친 교수,윤기가 뚝뚝 떨어지는 빨간 메니큐어 바른 손톱,손톱이 박힌 피부 틈으로 흐르는 더 빨간 피.페티쉬나 가지고 있는 점잖지 못한 마광수씨의 시를 읽으면,영감도, 할멈도, 부자도, 빈자도, 그 누구라도 손톱이 박힌 피부에서는 새빨간 피가 흐른다.사랑이 고픈, 우리는 왜 서로를 구분하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할까.개처럼 섹스하고 싶다.라는 마광수의 시가 떠오르지만 (제목이 이게 맞을 거다.-_-)올리는 시는 다른 시. 출처는 貴骨 마광수, 사랑받지 못하여. 님이여, 저는 아주 키가 작은 나무이고 싶어요.우리들은 모두 다 외로움의 대지에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들입니다.나무들은 모두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몸부림치고 있어요.그래서 대지와는 정반대방향인 하늘만을바라보고 있지요.. 더보기
기형도 - 홀린사람 모두가 말하지만 모두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어리석음이 온 세상에 호통을 치는 형국이다. 간디도 예수도 석가도 누구의 말이라도 듣고 싶은 만큼 알고 싶은 만큼만 이해하기 마련이다. 유리병 속의 쪽지를 읽어야 하는데, 알고보니 유리병을 열고 보는 것이 아니라 유리병 속의 쪽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느냐 모르느냐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안보인다. 유리병 속의 쪽지는 정치적인 의도라고도 하고, 행동에 숨겨져 있는 의미라고도 하더라. 기형도,홀린사람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