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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신념부재. 글쓰기를 많이 하고 있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적어내려가다 보면 무언가 걸리적 거리는 껀덕지가 있다. '직관'이라는 경험을 통한 표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달아 본다. 한 예술가는 감각자료가 축적되어 있는 중에 특정 경험을 하면 표상이 맺힌다고 했다.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미학자였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침에 읽은 책 혹은 드라마 영화의 이미지가 어떤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할 때 떠올라 결합하여 모호한 인상을 갖게 된다면, 이는 일종의 표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불명확한 껀덕지에 걸리적 거리는 느낌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적는 족족 제출을 하는데 곧 평가로 이어진다. 흔히 이러한 평이 나온다. "글을 장악하지 못함, 저자의 미끄러짐, 불분명.. 더보기
20120911 나방. 8시 53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담배를 한개피 꺼냈고, 라이터를 들었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반절쯤 피웠을까, 목덜미 뒤로 괴이한 이질감이 엄습했다. 내 눈구멍이 앞으로 쏠려 있어서인지 깜짝 놀랐고, 마치 곤충의 신경반응처럼 허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움찔, '하나'가 시야에 잡혔다. 나방이다. 나방이 창에 여러번 몸을 부딪혔다. 창을 넘어들려나보다. 그런데 한마리다. 종종 밤거리에서 봤다. 골목의 전등불 아래로 나는 나방, 끊이지 않고 배회하기를 여러번, 그렇게 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나방들이 자리잡고 있는 가로등을 지나쳐 있다. 득실득실하다. 꿈틀꿈틀은 아니다. 애벌레들처럼 포개져 있지도 않다.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정전기 전깃불이 튀어 그 작은 몸이 불타버릴게 .. 더보기
8월자 글쓰기 - 섹스. 1998.04.25, 1998.05.25, 1998.06.25....... 2002.05.25, 2002.06.25, 2002.07.25, 2002.08.25....... 2004.10.25. IMF로부터 79개월, 매달 200만원 그리고 저금 통장에 찍힌 79개의 '송금'이란 글자를 읽고 또 읽었다. 두번, 세번, 네번째로 "1998.04.25 2000000 송금"가 새겨진 통장의 첫 페이지를 펴려 손가락을 움직이던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6년 전 "하늘이 무너진다"라는 말의 의미가 와 닿았던 그 날에도 손에는 12인승 버스의 열쇠와 이 통장뿐이었다. 비를 뿌릴 것 같던 하늘은 한 두방울 물방울을 흘렸고, 빗물은 통장에 자국을 남겼다. 검정색 글자는 점차 감청색 흔적으로 변해갔다. '6'이.. 더보기
7월자 글쓰기 - 연애. 연애는 결국 얼레리 꼴레리 문득 내 안의 괴물을 느꼈다. 나는 옆에 누운 그녀를 겁탈하고 겁탈하고 또 겁탈했다. 내 안의 괴물은 그녀 안의 괴물을 향하여 '우리'가 되자는 언어를 뱉어낸다. 우리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으나, 매캐한 향과 함께 우리는 깨져나간다. 한판의 놀이는 이렇게 끝났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명하던 시절에 순결캔디를 받았다. '순결'이라는 이음절의 단어의 명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가꾸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선생님은 설명했다. 물론 아이들이 선생님의 재미없는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는 영국 교주의 정액과 피가 섞인 캔디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 캔디를 먹고 나이가 들어서 섹스를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고 했다. 내가 사탕을 먹는지.. 더보기
누군가의 글쓰기. 한 글쓰기 수업에서 감당하지 못 할 비유를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다시금 글을 쓴다. 이렇게 표현했다. "비유에게 미안했다." "칼날이 나를 쑤시는 것 같았다." "그 상처를 바라봤다." 그리고 비유와 은유로 잔혹한 현실을 비껴볼 수 있었다. 문득 생각이 든다. 정말 비유가 문제였을까, 사실 비유는 문제가 아니였을런지도 모른다. 비유와 은유는 세상에 대하여 그리고 서로에 대하여 비스무리한 시각과 시야, 그리고 시력을 바탕으로 힘을 갖게 마련이다. 그는 서둘렀다. 문장은 문장을 휘갈겼던 그를 앞서 나아갔고, 쓰여진 문장의 겉모습은 글 안에서 균형잡힌 구조의 일부를 구성하기보다 그의 습관을 드러냈다. 각 문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규칙은 문자의 사용이었을 뿐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정합성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