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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역시 컴퓨터를 키면 안되는 거다. 29032011

1.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확인한 이상, 그리고 구글크롬을 클릭한 순간부터, 도서관을 나오던 마음가짐은 아닌거다. 거참 누가 이름정했는지 이름이 창문인 윈도우부터 시작해서, 이미 인터넷이라는 단어는 머리속에 세상으로 나가는 작은 길이라는 생각이 입력되어있다. 그러고보니 예전 언젠가 난 인터넷 잘 안한다고 말하고 다녔던 적이 있었더랬는데, 지금 인터넷에서 약간의 만족을 누리는 스스로를 살펴보니 별거 없다. 아마 나도 곧 스마트폰을 쓰겠지라는 그런 생각이 문득.

2.
오며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있고, 잠깐 떠올랐다가 지워지는 생각이 있는데, 
여튼 이렇게 저렇게 뭔가 적어보자하는 생각에 그러고 있는데

두둥.

김여사의 등장. 
김여사 들어와서 얼굴좀 보자고 얼굴을 들이미시더니, 괜시리 가슴설레이게 어깨를 다독이시는 모양새가 오늘 힘드셨던 모냥이다. 아니면 잠이 안오시던가. 김여사 오늘 누구 만났다고 이런저런 넋두리를 푸시다가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참 밝은 목소리로 한마디 하시길,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보여?"
"왜?"
"오늘 뭐시기가 나한테 그러는거야. 결혼할 나이인 자녀있으시죠?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어"

오랜만에 김여사의 한마디 긴장해서 슬쩍 곁눈질로 그 밝은 얼굴을 훑으려는데
우리 김여사, 항상 밝고 진지하면서 엉뚱한 면을 가지고 계시니까
아들이 자기 얼굴 훑어 볼 사이도 없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애는 아직 공부한다고 이러고 있는데 그래서 아니요라고 했어." 

"아..................어"

3.
그제 집에 와서 레포트 쓸 준비를 하는데 거실에 티비가 켜져있었다. 엄마는 쇼파에 있었고, 티비에서는 성남기름골목이라는 오래된 정감이 남아있는 시장골목을 소개했다. 그리고 기름장수 한분은 혹시 기름이 더 이상 팔리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안하세요?라는 인터뷰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돌고 돌더라고요. 한분이 가시면 그 맛을 기억한 따님이 오시고, 끊길듯 끊길듯하지만 그 기억이라는 것이 쉽게 끊어지는것은 아닌것 같아요."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몇살까지 살꺼야?" 항상 밝고 옳은 말만 하시는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갈때되면 가는거지." 계속 티비에만 꽂혀있던 내 시선은 여전했고, 엄마는 한마디 더 붙였다. "부르시면 가는거지 그게 정해져있냐?" 

4.
음 적고나니깐 별로 안웃기고 슬프기만 하네.
순간 엄마가 너무 사랑스러웠는데 감정은 표현이 안되고
그리고 왜 엄마는 만날 맞는 이야기만할까. 너무 맞는말만하니까는 내가 그다음에 할말이 없잖아.
너무 이상하다. 여태 여기 적은 이야기는 사랑스러운 것이랑은 전혀 상관도 없는 이야긴데, 
요새 감정적으로 너무 건조해서,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