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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정글, Upton Sinclair.


업튼 싱클레어, 1906년의 책이니 책과 나의 만남에 10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은 신비롭다. 처음 책의 도입부도 그렇고 책의 진행도 그러하며 마지막 부분까지도 책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미국 포디즘시대[각주:1]의 잔혹성과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책은 어느 한순간도 그들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들의 삶에는 하루를 벌어 먹고 살겠다는 일념뿐이고, 하루를 쉬면 그들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절박함뿐이다. 그들은 자신을 보존하는 데에 필수적인 의식주의 굴래에 결박당해 컨베이어 벨트의 한부분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일하는 회사가 노동자를 고치거나 대체 가능한 컨베이어벨트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다.

햄 공장이 주무대인 이  소설은 전역에 걸쳐 슬픔과 우울함, 그리고 피와 돼지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왜 굳이 햄공장을 무대로 정했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돼지인지, 누가 인간인지 햄이 돼지고기인지 인간고기인지 알 방도가 없다. 돼지의 울음소리가 그리고 인간의 울음소리가 하나의 비극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미국에서는 100년 전이었으며, 한국에서는 3-50년 전이었으며 지금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일지도 모르는 그리고 앞으로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일지도 모르는 빈민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100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다. 100년동안 세상은 굉장히 급속도로 변해왔으며 우리나라는 전태일과 같은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이제서야 어느정도의 인권을 획득 할 수 있게 되었다.(물론 인권이라는 말 자체도 상대적인 의미라는 점을 의식하기는 해야한다.) 이제 겉 모양새에서는 노조가 있고, 노조가 자신의 주장을 한다. 노조는 자신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조직체가 되었다.

이 100년간의 흐름 속에는 노동자의 인권뿐만이 아니라, 여러 차원에서의 발전이 있었다. 정치, 환경, 기술, 문화 끊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어느새 2012년이 왔다. 진화론적인 이야기를 잠시 붙인다면 100년간이 아니라 수천년에 걸쳐 인간은 여러 차원에 속칭 발전이라 일컫는 변화가 만들어왔다. 반면 수십만년동안 인간은 두뇌를 크게 만들었고, 뇌 용량은 점진적으로 아주 조금씩 조금씩 증가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가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 용량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사실 인간은 수천년 전이나 수십만년 전이나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 할 지도 모른다. 인간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경쟁임금제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은 하루벌어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들은 서로 경쟁하게 되었다. 그들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도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것이 임금 노동자, 자신의 노동을 팔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경쟁'이었다.                                                                  p.337

그들은 이제 예외없이 모든 희생을 해야한다.                                                                                              p.74 

30년동안 한가게에서 일하지만 한푼의 저축도 1주일의 휴가도 갖지 못한 자에게 사회주의를 말한다면 콧방귀를 뀔 것이다 "나는 그것에 흥미 없어. 나는 개인주의자다." 그는 사회주의는 온정주의이며 사회주의가 실현되면 세계는 진보를 멈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못하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이나 되기에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고 자신들을 위한 도서실을 제공받는 것은 '개인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에 산업을 장악하여 자신들에게 적합하게 운용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도서실을 짓는 것, 이것은 그들에게 '온정주의'가 된다. 무지를 탓 할 수는 없다. 성질을 누그려 뜨리고 토론중에 그에게 한두가지 사상을 집어 넣을 기회를 잡아야한다. 그리고 그의 반대 의견에 대한 새로운 응답을 해야하고, 그의 생각이 어리석다는 것을 증명 할 새로운 사실을 마련해야 한다.                                                        p.352

  1. 소품종 대량생산의 기치하에, 생산량의 극대화를 꾀한다. 원자재의 값이 상품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던 시기였음으로 자원은 싼 값에 거래되었고, 자연의 무한함이 당연시 되던 시기이다. 컨베이어 벨트위에서는 상품의 가공 혹은 조립을 이루어진다. 컨베이어 벨트에 붙어 작업을 실시하는 이들은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온 빈민들이며, 자본가의 눈에 빈민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일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