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이/계속살기

잠시,

이촌동이 참 좋다. 조용하고 차분하다.

약간 촉촉하게 젖어있는 초록색 풀잎들도 너무 예쁘다.
비온뒤의 습기찬 공기도 짜증이 아니다, 나를 조용조용 눌러주며 보다듬어준다.
집에 있는, 너무 오랜만에 이 시간들이 감사하다.

된장남놀이가 하고 싶어서 껖히빈에서 한잔 손에들고, 디뿔 담뱃불을 붙인다. 
통장의 잔고가 신경쓰이지만, 뭐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이 날씨를 만끽하기 위한 준비정도랄까.
집에 들어오니 기차 소리가 아닌,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차와 지하철 소리, 상극이다.
우선 지하철 소리를 밖에서 듣을 수 있는 것이 다소 이상하지만, 기차 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기억이 없으니 쏘쏘.

차분해진다. 다시 책을 꺼내들었다. 12시넘어서 일어나 가벼운 내몸과 상쾌한 마음. 
장이 비어있다. 적당한 정도의 공복감, 이 느낌이 기쁘다.
화요일 저번주 목요일, 쉬는 날이 많아서인지 하루하루는 더디지만 지나고 나니 빠르다.
어느덧 수요일이다. 시간이 빨리간다. 내일은 조금 더 기분이 좋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