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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1, 2년 후 술값

친구를 만났고, 고기를 얻어 먹었고, 술을 얻어 먹었다.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내 이야기를 했다.
분명 같은 곳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는줄 알았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금 같은 곳을 보기 위한 노력으로 이야기는 더욱 길어졌다.
만남의 시간은 짧고, 그 아쉬움을 마르지 않는 술잔으로 대신하려했는데,
결국 술에 몸과 마음이 점점 매말라간다. 

만남이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가끔 힘들다.
사실 같은 곳을 보고있는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여부는 중요하지 않더라.
그보담은 친구가 꿈 꿀 수 없는 상황과 그가 읽은 책에서 옳다 말하는 것이 이상일뿐이라는 진실이 
결국 우리가 현재 서 있는 너무나 다른 위치를 다시 한번 느끼며 가슴이 애린다.

"현실적으로 인간은 결코 평등할 수 없으니깐" 이라고 자위해보지만
이 자위조차도 내 위치에 대한 변명인지, 혹은 친구에 대한 연민을 덮기 위한 것인지 복잡하다.

"어짜피 어쩔 수 없는데..." 라는 식의 푸념들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런 푸념조차도 입밖으로 뱉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지는 않겠지.
시쳇말로 "미래를 보장한다는 휘황찬란한 졸업장"을 얻은 순간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현재 내가 돈을 벌지 않는다는 핑계로 얻어먹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약속대로 1년후 혹은 2년후의 술값이든 4년 5년 후의 우리의 모습이든 난 도움을 줄 사람이 되어 있겠지.
이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핑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