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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잠시살기

결코 우울했던 날은 아니었다.



결코 우울했던 날은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마음은 깃털마냥 가벼웠고, 바람조차 내 발길에 힘을 실어주었다.
내가 보는 모든 사람은 즐거워보였고,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렇게 마냥 세시간을 앉아있었다.
가방에 들어있던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도 하고, 기억나는 사람에게 전화도 하고,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런 여유가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정도로 사람이 그립지 않은 시간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첫 담배를 물었다. 연기를 빨아들이자 가슴이 답답했다. 더 이상 담배는 나의 욕구를 풀어 줄 도구가 되지 못했다. 그저 습관적으로 다시 한번 빨아들였다. 가슴이 더 답답했다. 문득,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곧, 나 자신이 두려웠다.

여전히 사람은 이기적임을 믿는다. 그리고 그 비겁함 역시 믿는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단, 그러고 싶지 않다 행동하는 것은 내가 보고 느끼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된다. 결국 나 스스로에게는 이기적이거나 비겁하지 않을지라도 다른이의 눈에는 이기적이고 비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좋은 단어도 많지만 자기만족과 스스로의 편안함을 위해 사는 인간에게 이기적임과 비겁함만큼 스스로를 잘 표현하는 단어가 어디있을까. 내가 너를 보고싶다는 이유로 핑계를 만들고, 나에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상대의 감정을 회피하고, 상대의 마음을 무시하며 의사소통에 일방통행이라는 옵션을 추가한다. 

담배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기 힘들다고 느낀 순간 재떨이에 첫 꽁초를 비볐다. 서로를 껴안고 거리를 활보하는 둘이 눈에 들어온다. 그네들은 연인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서로의 이기심과 비겁함을 모를까?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그러한 모습까지도 인정하고,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작아보였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쉽게말하는 나 스스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