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장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가의 이름에서 풍기는 어색함. 그리스인이 쓴, 그리스의 한 정열적인 노인에 대한, 그리스 어떤 섬에서의 한 해동안의 이야기이다.(근데 섬 맞나? 벌써 가물가물하다.)

민족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잠시 차용해 본다. 각각의 민족을 구분하는 민족 고유의 민족성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이제궁금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나에게 민족이란 홉스봄이 그의 저서 만들어진 전통에서 언급했듯이 타의적으로 동시에 우연하게 만들어진 문화, 부여된 특징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라는 틀 안에 속한 구성원이 가진 보편적인 특성인 민족성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완독하는 순간, "그리스인=조르바" 라는 공식,이라고까지 말 할 수도 있는, 사실은 그보다 "그리스인 중에는 분명 조르바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감이지만 어쨋든 "왠지 그리스인 만나면 조르바가 나오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든다.

조르바는 누구인가? 이야기의 시작점인 한 수사와 조르바라는 영감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조르바는 수사를 두목으로 모시며, 흔히 하는 말로 한탕을 위해 작업을 한다. 맛있는 밥을 좋아하는 조르바는 맛있는 것을 먹을 기회에 망설이지 않는다. 직접 만들 줄 알고 맛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는 그는 맛있는 밥을 스스로 찾아서 먹는 인간이다. 그리고 조르바는 금욕하고 사색을 즐기는 수사에게 묻는다. "당신이 그래서 맞는거요?"

조르바는 쉽게 숨겨져 있는 삶의 진실에 관해 허풍이나 거짓을 뱉지 않는다. "맛있는 것? 잠자리? 뭐 어때, 다 좋자고 하는 겁니다. 여자? 예쁜 여자? 제 사랑을 나눠주는 겁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우열을 두고서 썰을 푸는 남성우월적 근대문화에 거부감을 갖고 계시는 여성주의자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관점에 따라 조르바를 전형적인 마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마초가 말하는 여성은 영원히 메꿀 수 없는 구멍을 남성보다 하나 더 가진 존재다. "그 빈 곳을 채워주어야 하는 것, 그것이 남자의 의무 아닙니까. 그 의무도 못하는 놈은 하느님이 용서치 않을 겁니다." 그리고 죠르바의 속칭 개똥철학, 알고보면 삶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그의 생각과 사고는 누구든 탄복하게 한다. 이정도에서 끝나면 조르바를 보고 입담 쎈 미친놈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조르바를 설명하는 나를 보고서 정신 나간 마초새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인류애나 속된 야망에서 여성과 자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술을 먹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다. 그의 행동에는 단 하나의 동기뿐이다. 몸이 원하니까, 그는 한다. 그리고 몸이 하는 행동은 삶의 경험에 적셔져 있다. 끊임없고, 여과없고, 거침없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의 시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더불어 그는 사랑하는 여성들을 정말로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했다. 육체를 탐하지만 그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사랑을 나누는 그 수단의 하나이자, 지금 피가 끓어올라 떨리고 있는 몸이 원하는 것이 서로의 몸인 것이다. 지금 내가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바가 지금 '나'조르바가 해야 하는 바이다.

그의 시선과 관심은 단 하나 새로움에 꽂혀 있다. "조르바, 그가 보는 것은 모두가 새롭다."
새롭게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만이 제우스신을 하느님을 그리고 그 외에 절대적이라 칭해지는 모든 "  "(과거에 신은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존재라 불렸다고 한다)에 관해서 일반적인 시선을 거두고 스스로의 삶과 결부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린다. 조르바 그가 푸는 썰은(썰이 아니라 개똥철학이라 하겠다.) 늘 새롭다. 뿐만 아니라 파격적이다. 실제의 삶과 결부되어 있는 이야기다.

이성적인 사람의 대표격인 수사와 감각적인 사람의 대표격인 조르바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안다. 이성적인 수사가 읽어서 익힌 관점을 통해 고민하고 생각한다면, 감각적인 조르바는 삶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보고 궁금해 한다. 우리도 안다. 감각과 이성, 행동과 생각, 경험과 공상, 직관과 설명. 삶을 관통하는 끊이지 않는 본성의 양면이다. 그리스인이라면 떠오르는 조르바, 그는 온몸의 세포가 감각 하나하나에 반응하 듯 삶의 감각, 열정으로 가득한 어찌보면 야성인 조르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