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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개

석유가 없어지면?

매년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석유의 유한성에 대한 경고를 시작한다. 다보스 포럼은 스위스의 가장 높은 평지에서 열리는 세계 석학들과 CEO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포럼은 늘 시장개방! 자유무역!을 외치며 끝이 나지만, 2011년의(2012년의 자료는 알지 못한다.) 포럼에서는 자본주의 성장동력인 석유가격상승에 대한 우려가 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이 사용해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지만, 전 지구의 차원에서는 2000년대 초에 시작한 저탄소녹색성장에 대한 열망은 여전한다. 포럼에서는 이제 2020년에는 오일피크(석유수요상승률과 비교하여 석유산출량이 최대치에 도달하는 순간)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 이후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성장의 동력인 석유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바는 막대한다. 굳이 경제, 경영, 사회를 몰라도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석유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을 해보자. 

지금은 밤이다. 우선 전기 공급이 멈춘다. 한국의 화력발전은 40%를 상회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던 인터넷이 꺼진다. 스마트폰을 들고서 인터넷을 하다보니 밧데리를 다 썼다. 하지만 충전을 할 수가 없다. 불이 하나둘씩 꺼진다. 해가 진 이후에 도시에는 더 이상 빛이 없다. 어짜피 잘 되었다. 불이 없으니 잠을 잔다. 더 이상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눈 부신 햇살에 눈을 뜬다. 눈을 뜨고서 티비를 키려 했으나 티비도 켜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도 멈췄다.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 어찌어찌 하루를 보낸다. 

이틀째다. 친구를 못 본지 조금 됬다. 서울은 너무 큰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흘째다. 냉장고 안에 음식이 썩었다. 배가 고프다. 간신히 라디오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지지ㅣ깆기지지 직  음ㅅ김닝 도시이네 지직ㅇ징짇기지짖ㄱ 없습이짖디갇"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다. 배가 고프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못 뽑는다는 사실은 이미 이틀째에 확인했다. 다행히 찾아 놓은 돈이 있으니 음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장에 간다. 음식이 없다. 누구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한다. 

뭐 대충 적어도 석유는 유통, 전기, 통신등 모든 부분에 밀접한 동력이다. 다보스 포럼은 지극히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세력이며 기술발전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믿는 경영주와 국가 고위관리직 인사들의 모임이다. 하물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다보스 포럼을 "있는 자들의 비밀회담"이라고 비난하는 국가주의자, 사회주의자, 환경주의자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자본주의의 욕망에 다가가는 자들이라도 서로 모여 이야기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개발에 대한 욕망의 집결체이자, 자유무역과 발전에 대한 맹신이 만들어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조의 어투는 집어치우고, 다보스 포럼에서조차도 기술의 발전이 석유의 고갈로 인한 에너지원의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바이오메스[각주:1] 와 새로운 기술의 개발 그리고 천연가스[각주:2]를 통해서 석유산출이 줄어 들더라도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친환경에너지라 불리는 바이오메스와 풍력발전은 전세계 에너지 개발에 1%만을 점할 뿐이다. 이렇게 더딘 대체에너지의 성장속도와 바라보며 포럼의 인사들조차도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오일피크 이전에 발견 혹은 발명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그럴수 있을 것이다. 혹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정도의 생각이다. 

지속적인 경제규모의 확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소비한 이상으로 생산하고, 생산한 이상으로 소비한다." 라는 구호아래에는 석유라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자연의 축복이 숨어있다. 하지만 이 축복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을까? 전기자동차를 만들면된다? 전기자동차의 밧데리에 들어가는 리튬도 유한하다. 밧데리를 충전하는 전기도 석유 석탄 가스덕분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소비와 소비를 더욱 더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굴레 속에서 얼마나 발전이 가능할까. 그렇기에 저탄소녹색성장을 외치는 이들이 많지만, 음........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석유, 달러, 황금이라고 했던가.

2008년의 다보스 포럼에서 한 미래학자는 이미 석유 베럴당 가격이 5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2011년의 포럼에서는 2020년이 오일피크의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믿음일까. 여전히 소비 이후의 시대에 대한 걱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유가의 상승은 원자재값의 상승이며, 원재자값의 상승은 물가상승의 원인이다. 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소비능력이 있는 소비자를 빼놓을 수 없는데, 소비자가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방법은 경제발전을 통해 임금을 높이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할까? 장미빛 인생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피빗 인생을 전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더 덧붙여서 과장해서 이러한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래서 대안은? 녹색당일까? 흠.

  1. 고래의 석유, 소의 신진대사에 의한 탄소 배출, 식물의 탄소 배출, 누룩의 발효와 같이 동식물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 이를 동력에너지화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천연가스가 100%개발되지 못하는 까닭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아직은 돈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는 중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