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촉에 날이 선다. 순전히 '나'의 날카로움 속에 있는 물렁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다. 연필을 날카롭게 깍는다. 어떤 종이라도 찢어 발길만큼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더 날카롭게 더 뾰족하게 연필 심을 세워야 한다. 다가서서 건들 수도 없을 정도로 뾰족해야만 그래야만 '나'는 연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어느 순간 연필촉이 부러진다면, 거기까지다. 부러지지 않도록, 행여 부러질까 염려를 끼칠만큼 날카롭게 서야 한다.
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