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 홀린사람

책 장 2012. 3. 30. 17:15

모두가 말하지만 모두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어리석음이 온 세상에 호통을 치는 형국이다. 간디도 예수도 석가도 누구의 말이라도 듣고 싶은 만큼 알고 싶은 만큼만 이해하기 마련이다. 유리병 속의 쪽지를 읽어야 하는데, 알고보니 유리병을 열고 보는 것이 아니라 유리병 속의 쪽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느냐 모르느냐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안보인다. 유리병 속의 쪽지는 정치적인 의도라고도 하고, 행동에 숨겨져 있는 의미라고도 하더라.

 

기형도,홀린사람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 때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 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 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 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 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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