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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부분과 전체, 하이젠베르크 저, 김용준 역

현상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며, 이해란 무엇인가에 관한 글이다. 사실 번역이 탁월하다 할 수 없다.  흐름이 뚝뚝 끊긴다. 하지만 번역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물리학, 철학, 심리학, 언어학적 소양이 부족한 내가 부드럽게 읽어낼리가 만무하다. 비유와 은유의 수사는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우리의 소화력을 높이려는 시도정도로 여기면 되겠다. 이 책에 관하여 간략하게 말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이해했다고 말 할 것인가?"에 대한 긴 글이다. 열과 성을 다한 리뷰를 남기려는 시도는 미답에 붙여두고, 쉽게 이해가 가능했던 한 부분을 발췌하려 한다. 유럽의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와 미국의 실증주의 물리학자와의 대화다.

 

'메타'라는 접두어는 그 다음에 오는 개념을 문제삼는다는 뜻, 즉 해당되는 영역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문제를 다룬다는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사람들은 물리학이라는 영역의 배후에 숨어 있는 것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까?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전혀 다른 각도에서 고찰해 보지요. 즉 '전문가'란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전문가란 그가 관계하는 분야에 대해 매우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정의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한 사람이 한 분야에 관해서 정말로 많은 것을 알 수는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란 그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벙할 수 있는 가장 큼직한 몇몇의 오류를 알고 있는 사람이며, 따라서 그는 그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필립 프랑크를 형이상학 전문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것은 그가 확힐히 형이상학에서 가장 큼직한 오류를 피할 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찬가를 프랑크가 좋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말을 풍자적으로가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그와 같은 토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점은 진리가 숨어 있는 심연을 단순히 제외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