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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

20121017 이상한 날이다.

이상한 날이었다. 몸에 힘이 없었다. 정신은 하늘하늘 팔랑거렸다. 사고가 사고처럼 우발적으로 터져나갔다. 한시도 그치지 않는다. 올라오는 사이다 기포와 마찬가지다. 이 상념이 나를 감싸돌고, 급기야는 물까 두려워 내 안에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주방의 식탁에으로 향했다. 잔을 가득 채운 사이다가 보여, 잔을 쥐어 들었다. 잔 겉면의 물기가 어렴풋하게 눈에 어려 온다. 차갑다. 차가운 기운이 손가락과 손바닥을 타고 오른다.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이가 많이 시리다. 연달아 목이 타오른다. 기포가 나갈 곳을 찾아 헤매다 구멍을 찾았나 보다. 눈이 뜨거워진다. 코 끝이 얼얼해진다. 뜨거운 눈으로 더운 눈물이 떨어진다. 맹한 코 끝이 얼얼하다. 익숙해질 즈음 잠시 잠잠했던 상념이 다시 솟아오른다. 이제는 상념이 나갈 곳을 찾아 헤맨다. 연달아 사이다를 삼킨다. 다시 한 번 눈이 뜨거워지고, 코도 얼얼하다. 자극성 강한 탄산에 사고는 녹아내려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그전번보다는 덜 뜨겁고, 덜 얼얼하다. 조금씩 익숙해진다. 더 마셔야 했다. 한 잔을 더 마시려 냉장고를 열었다. 찬 물이 든 용기만 보인다. 냉수는 안된다. 아직 흘릴 눈물이 남아있다. 아직 더 얼얼하고 찡해야 할 여지가 넘친다. 머리 속에 가득한 '그 생각'의 또아리는 뱀처럼 나를 두렵게 한다. 잠깐 동안 주방 한 켠에 앉아, 혹시 익숙해질까 생각하며 상념에 익숙해지려 했다. 사이다를 마셔도 눈물이 나지 않을 그 만큼만 상념에도 익숙해지고 싶었다. 


참지 못하고 찬 맥주를 사러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