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이/프랑스

17042010



방에는 소주가 5병 있다. 등산용 팩 다섯개. 정말 너무 마시고 싶은 순간이 올 줄로만 알았다. 그래, 그만큼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한병도 손대지 않고 고이 모셔두고 있다. 서울땅에서 가끔 느끼던 외로움은 너무나 항상 술을 찾게 만들었다. 시간이 남아서? 아니면 돈이 남아서? 아마 시간이 없어도 술을 찾는 때가 있었고, 돈이 없어도 술을 찾는 때가 있었다.

어느새 17일, 소주는 따듯해지고 있다. 찬 소주가 제맛이라지만 자리를 지키는 따듯한 소주도 나쁘지 않다. 

그립다. 소주를 함께 마실 수 있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당신들의 시각이 담긴 생각, 술기운이 오르면서 더 이상 여과되지 않던 사고의 분출, 물론 나는 그 모든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기보담은, 답답함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해서, 궁금해서, 그래서 술을 마셨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떠오르는 생각들, 이런저런 생각들, 
답답함과 공허함의 이유는 외로움, 그게 아니었던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