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기간 동안 어떤 문구를 만났다. 문구는 가슴에 와닿았는데 슬픔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애 그리고 실존에 관한 의문을 글로 적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한 사람의 마음이 두터운 껍질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스팔트 도로에 가있는 금들 사이로 삐죽삐죽 뻗어나온 풀들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생명의 온도는 따스하다. 카프카의 문구는 비관적이었으나 아스팔트 도로의 풀처럼 삭막하고 건조한 카프카의 삶 속에서도 그가 가졌던 삶의 온도는 차지 않다고 느꼈다.
우선 카프카 전시실이다. 카프카 전시실에 죽돌이처럼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영화제 중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크게 세 섹션으로 나눠져 있었고, 네 개의 문구가 감칠맛을 냈던 전시회였다. (사실 전시회라고 명명하기에는 조악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ㅇㅅㅇ프로그래머의 구상력과 ㄱㅈㅈ 디자이너의 천재성과ㅋㅋㅋㅋㅋㅋ 아카데미 사장님의 시트 떼서 붙이는 솜씨 덕분에 그나마 살아났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액자의 진가를 배울 수 있었다. 액자가 삽화나 그림을 어찌나 고급스럽게 바꿔주는지 처음으로 알게 됨)
섹션은 1. 카프카의 생애를 소개하는 공간, 2.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루이스 스카파티의 삽화가 들어간 카프카의 『변신』을 액자로 뽑아 채운 공간, 그리고 3. Piotr DUMALA 감독의 애니메이션 <프란츠 카프카>를 상영하는 공간이었다. 기어이 말로 풀어 적어보니 거창하다.
실은 저기로 지금 애니메이션이 상영 중이다.
"그럼, 희망은 충분히, 무한히 많이 있지. 다만, 우리를 위한 희망이 아닐 뿐이지."
이 우울한 문구를 보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를 걸세.
그가 끝내 좌절할 것임을 확인하자 도중에 일어난 모든 일은
꿈 속에서처럼 그에게 이루어졌다고 말일세.
"어떤 것도 나를 진정으로 감동시킨 적이 없다.
어제 베로나에 있는 영화관에서 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인간관계를 바라보며 즐길 수는 있어도, 관계를 직접 체험할 수는 없다. 언제나 확인한다."
그리고 비애 넘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회의로 가득차 가장 아렸던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