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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잠시살기

중산층의 길 2주차, 20140216

정신없이 또 한 주가 지나갔다. 정신도 몸도 쏙 빼놓고 지낸다. 7시 반에 들어가서 7시 반에 나오면 하루 마감이다. 이정도면 점심시간 빼고 업무시간이 11시간이라 적당하다고 한다. 공장에서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는 부서도 있다니 말 다했다. 상아탑에서 내려와 몸으로 느끼는 세계는 녹록치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것이 피곤하다. 술자리에서는 정신없이 글라스를 채우고, 술자리에서 나와서는 몸을 가누고 노래방으로 향한다. 브라운관은 발광하고, 사람들은 춤을 춘다. K는 무미건조한 사람이라, 흥이 나지 않지만, 억지로 팔과 다리를 리듬에 맡겨본다. 그래봐야 스스로 신나지 않으니 중간에 잘라버리는 한 곡의 시간, 겨우 1-2분을 견디지 못하고 팔과 다리를 멈춰버린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알 수 있다. 독서가 얼마나 고풍스러운 취미였는지를. 개인의 시간이 온전할 때에만이 누릴 수 있는 취미였다. 시간도 많이 들고, 집중의 깊이도 중요하다. 하물며 출퇴근하는 혼자만의 시간, 잠 자기 전 삼십 분의 혼자만의 시간. 지금은 그조차 누리기 힘들다. 흔히 7시 반 이후에는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룸메이트와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잠에든다. 이 잠은 물론 다음날 일어날 준비의 일환이다. 그렇게 하루는 후다닥 가버린다. 

열심히 쓰면 쓰는 일로 먹고 살 방도가 열릴 거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 지금 있는 내 자리가 과연 다리를 뻗고 이불을 깔 자리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 길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인가?" 라며 자문하고 있다. K는 지적 갈증을 쉽게 느낀다. 나는 지금 목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