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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잠시살기

회식

난 회식이 정말 싫다. 회식이 없는 일자리는 없을 거다.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 또 술 마시고, 12시에나 회식이 끝난다. 대략 7시부터 시작되는 술자리에서 고기는 불타오르고, 술잔은 마르지 않는다. 짠 소리마다 다음 날의 피로지수는 높아지고, 짠 소리마다 상급자의 숨결은 가까워지고, 짠 소리마다 내 눈빛은 네 눈빛에 맞춰 휘적휘적.

그리고 노래방에서의 우리의 만남은 줄곧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며 끝이 난다. "당신은 내게 중요해."란 말을 하기는 쑥스러워서일까. 아니면 "나는 네게 중요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일까. 그들의 선곡일 뿐인데, 나는 지나치게 민감하다.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기때문일 거다. 내 동기 중 반밖에 안남았다는 과장, 내 동기 중 반에 반밖에 안남았다는 차장, 남은 동기가 별로 없다는 부장.

노사연의 '만남'이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노래방은 끝난다. 브라운관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하는 그들의 뒤로 나는 서있다. 난 박수라며 양 손바닥을 부딪히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가무를 참 좋아하는 양반들이 왜이리 노래는 구슬프게 부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