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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잠시살기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

재물의 위대한 향내를 맡는다. 시작은 비루하나 끝은 창대하리, 라 생각치 않는다. 지도판을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딛는 인간이 있다. 남이 그려놓은 지도판에서 길을 헤매는 사람도 있다. 제물의 향내에 이끌려 문지방을 타고넘어오는 조상 귀신처럼, 재물의 향에 이끌려 그려진 지도 위를 방황한다. 눈을 감고 코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사람부터 눈을 크게 뜨고 지도를 보려는 사람, 그리고 눈도 코도 닫고 발바닥으로 지도를 느끼는 사람들. 펜을 들고 휘갈겨 지도를 그리는 사람, 어디 선가 미지의 영역을 그려낸 마젤란도 있네

난 그려진 지도위에 서 있다. 사람들의 삶은 당연함으로 가득차 있다. 근래 농담을 들었다. 여자가 있는 바에서 육덕진 젖과 좁쌀같은 점을 찍은 코를 가진 인간이 말했다. "왜 남자가 여자들 돌려가며자면 카사노바고, 여자가 남자들 바꿔가면서 자면 걸렌지 알아요? 열쇠랑 좌물쇠같은 관계에요. 열쇠 하나로 좌물쇠 다 열 수 있으면 만능키고, 아무 열쇠에나 다 열리면 고장낭 좌물쇠잖아요." 내 입에는 좌물쇠가 달렸는데, 내 입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많지 않다. 난 또 입을 다물었다. 난 좌물쇠를 입에 걸고, 모두가 걷고 있는 지도위에서 냄새도 안맡고 눈도 감고 마냥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