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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근황 20160417

1. 10일 정도에 걸쳐서 찍은 맥 앞의 풍경이라 하기에는 내 상태에 따라 소심한 역동성이 보이기에 좀 그렇고, 맥 앞의 광경이라고 하겠다. 이날 뭘 했었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첫 번째 날- 촬영 시작한 날


두 번째 날- 책읽고 미술 정리한 날


세 번째 날- 기억 안남


네 번째 날- 엄마가 이불 정리한 날


다섯 번째 날- 술먹은 날


여섯 번째 날- 케냐 조각상 산 날


오늘


2. 어제 ㅇㅇ이 집에서 놀았다. 결혼하자마자 생이별당해서 독수공방하고 있는 친구의 집에 간 거다. 둘 다 ㅅㅅ에 다니는데 결혼하니깐 남편보러 외국나가서 1년 동안 일하랬대나 뭐래나,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튼 독수공방 남편없는 신혼집에 쳐들어감. 집들이를 가장한 술퍼마시고 난리피우기였는데, 그런데 다 좋고 재밌고 그랬고, 그랬는데 이 친구가 사는 동네가 석촌역 근처다. 집 주변에 뭐가 없다고 해서 ㅇㅇ랑 제2롯데월드에 입성했다. 반지원정대도 못들어가 본 사우론 탑에 들어간 거지. 근데 그 높이를 보니 정말 이거야말로 자원낭비가 아닐까 싶은 수준의 건축물이었다. 이건 정말 보는데에 목 디스크 유발해서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들한테 돈 벌게 해주는 거 말고는 어떻게 봐도 쓰잘데기가 없는 건물임. 사우론의 눈은 마주치면 정신조정하는 세뇌유발자인데 , 여기는 꼭대기를 보려고 하면 목다치게 하는 목디스크유발자나 마찬가지다. 내가 보기에 사우론의 눈깔같이 생겨가지고 거기에 있는 거는 다 악의 소굴마냥 맘에 안들었다.


3. 여튼 제2롯데월드까지 간 이유가 술을 사려고 간 거였어서, 와인 3병이랑 진을 샀는데, 여기서 두 가지나 괜히 빡쳤다. 하나는 매장 안에 구성된 동선인데, 우린 지하 롯데마트 매장에 들어가서 식품 코너로 가려는 길이었다. 그런데 롯데마트 입구로 진입하자 마자 "식품코너"라고 해서 팻말이 있기에 따라서 한 걸음씩 옮겼다. 그렇게 쭉 따라갔는데, 따라가고 보니 다시 진입한 입구로 돌아온거다. 이거 보니깐 식품코너는 또 한 층을 내려가야 하는 건데 삥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이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건물을 어마무시하게 지어놓고서는 이딴식으로 쓰는 꼼수는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하면서 한 번 빡쳤다.


4. 그리고 또 한 번 빡쳤는데, 이 빡침은 잘 기억이 안나서... 패스하려다가 일단 적어본다. 아마 롯데마트 지하에 있던 와인매장에서 일이었는데, 대략 말하면 와인을 한 병에 9,000원-12,000원에 파는 거였다. 이 가격에 팔 수가 없는 한국의 포도주 유통시장이니깐 그래서 그건 안사려고 했었지만 결국 샀다는 말씀. 왜 안사려고 했냐면 너무 싸면 보관 상 온도를 유지하지 못했던가, 보관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다든가 아니면 완전 쓰레기 물건 덤핑으로 들어왔든가 뭐든 문제가 있을 것이 뻔하잖아 그래서 안사려고 했는데, 워낙 열성적으로 그 물건이 좋다길래 한 병을 샀다. 하물며 와인파시는 분께서 내 눈앞에 9,000원짜리 와인이 있는데 싸고 좋은 물건 있다면서 눈 앞에 있는 거랑 같은 와인을 멀리서 가져다 보여주며 생색내시는 수준.. 뻔히 알면서도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샀는데 그리고 그 와인은 개망 결국 그 망한 와인은 나랑 아무것도 모르던 ㄷㅂ이랑 둘이서 다 삼켜버렸다. 와인이름도 안적고 걍 삼켜버렸다.


5. 이렇게 적고 보니깐 제2롯데월드 짜증나고, 치졸하고, 생색이나 내는 이런식으로 적는 것 같지만, 늘 훈훈한 결말이 필요하니깐, 저 사실 롯데 상품권 주 구매 고객이에요. 롯데 사랑해요. 그리고 이대호도 디게 좋아했었어요. 롯데 짜응


6. 근데 어제 ㄱㅁ랑 ㄱㅍ를 만나고서는 앞으로 뭐하고 살지에 대해서 다시 고민이 생기고 있다. 이번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아야겠는데 진짜 사업해 볼까 라는 아무도 권하지 않는 유혹을 어떻게 조절할지도 문제다. 뭐 죽기야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