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서, 나는 사랑, 증오, 분노, 질투, 야망, 경건, 그리고 마음의 다른 동요들과 같은 정념들을, 인간본성에 있는 악한 빛이 아니라, 본성에 내재해 있는 고유한 특징으로 간주하였다. 그것들은 더위, 추위, 폭풍, 천둥, 그리고 대기의 다른 특징들과 같은 것으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현상들이며, 일정한 원인을 가지고 있다. 그 원인들로 말미암아서 우리는 그것들의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우리의 지성은 그것들을 올바르게 관찰하면서 많은 기쁨을 가진다. 그 기쁨은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아는 것에 뒤지지 않는다. 


- 정치론, 스피노자, 김호경 역


1. 글쓴이 걍 변태. 흔히 알기로 범신론이니, "내일 죽어도 사과나무 심는다"느니 소문 난 스피노자님. 사과나무 이야기를 스피노자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듯. 여튼 내가 아는 한에서는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이라며 위에 적은 저런 마음가짐으로 모든 앎을 사랑하며 살아간 인간. 한편으로는 도인인 듯 하고, 저정도면 한국에선 신선이라고 불러도 될 듯 싶은데, 저 먼 유럽땅에서는 안경렌즈 닦으면서 도 딲다고 돌아가심...


2. 오늘 수업을 11시간동안 들었는데, 1차 시험 1주일 전이라고 하루만에 1회독을 한다고 해서, 조금 불안한 마음에 들었다. 선생이 대단한 것이 9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 혼자 수업을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돈을 많이 버니깐 하는 짓이지 라고 생각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저정도로 열심히 준비해서 열성적으로 타인에게 만족을 주기에,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3. 그렇게 하루를 지나쳤는데, 왜 오늘은 너무 하늘도 맑고 바람도 선선해서 피크닉이 가고 싶었을 정도랬다. 하늘은 푸르고, 나무도 푸르고, 내 신발도 푸르고, 다 푸르러서 아주 좋은 날이었다.


4. 그런데 와인 한 병 끼고 아무 풀밭에 드러누워서 시간을 허비하고픈 마음을 누르기는, 물론 지금 나에게는 너무나 쉽다. 오는 주는 시험이요, 1차에서 점수 미달이 나올 것이라 생각치는 않지만, 한켠의 불안함 역시, 물론 있다. 


5. 오늘 선생이 수업 열라게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선생 왈: "공부하다보면 초등학교 때 했던 말, 들었던 말도 다 생각나잖아. 근데 옆에 딴 사람은 다 공부만 열심히 하니깐 너만 그런 거 같지? 그거 다 포커페이스라 그렇지 다 똑같아. 걍 공부해" 


6. 아 오늘 처음 알았다. 공부하다가 초등학교 때 들었던 말까지 떠오를 정도로, 내 평생을 반추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그거 나만 그런 거가 아니구나. 더더욱이 2차까지 남은 3개월을 더 빡시게 달려야 하는데, 이것이 4춘기는 예전에 지났고, 오춘기는 이제 지난 것 같으나, 여전히 계속 청춘 낭랑 20세여야 하는 것이지만서도, 사실 온몸에 관절이 아프고, 쑤시고 그런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팔꿈치도 아프고, 진짜 온몸에 안아픈 데가 없다. 과거 사시생들은 정말 인간이 못할 짓을 한 사람들이 맞는듯. 이건 핑계거리고 적는 것이지만 내가 원래 관절이 좀 안좋은 편이기는 하다. 


6.5. 그러니깐 내 머릿속에 도닦는 이미지는 스피노자인데 공부가 도닦는 거라는 말이 뭔지 이제 8개월쯤 되면서 실감하고 있는중. 


7. 어린 마음으로 계속 살고 싶지만, 몸의 배신이라는 노화를 알게 되니 초조하다. 더 빡시게 달려서 빨리 마치고, 이 신림을 떠서 햇살 들어오는 창가 아래서 커피로 입술 적시고, 책도 읽고, 잉여짓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용산 미군 부대 철수하면 공원 만든다는 계획은 어찌 되가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되면 이태원부터 용산 삼각지 남산 청와대까지 해서 서울 살만할 것 같은데..


근데 지금 2017년이었음?? 아 제길... 16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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