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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계속살기

20170827 근황

1.

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만큼은 시계와 친했다. 시계의 용도는 달리 사용되었는데, 두 개의 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오늘은 몇시간을 공부 했는지 확인하는 디지털 시계와, 다른 하나는 시험을 보는 동안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손목시계였다. 초와 분 단위로 경과한 시간을 확인했다. 근데 시험이 끝나니 시계를 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2.

산업혁명, 즉 근대라 부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시계를 가지고 생활했는데, 개인들이 초침이 돌아가는 시계와 회중시계를 가지고, 근대 이전의 해질녁, 종칠 무렵, 몇식경 이런 식으로 세분화되지 않았던 덩어리로서의 시간이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3.

자본주의 격언이나 다름없는 시간은 금이라느니 하는 "시간=돈=삶의 가치" 이 흐름 속에 사는데, 지금 인생을 졸래 허비하고 있다. 고연령 백수의 생활을 만끽하는 중인데, 가장 힘든 것은 집을 나가면서 얼마가 드는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거. 몸을 움직이면 이게 돈이라는 생각을 해버리니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있다. 벌이도 없고 자족적인 삶도 못하면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구나. 당장은 돈이 있어도 이후의 벌이 수단이 없으니 그러한갑다.


4. 

시험기간동안 많은 삶을 응축해서 살았다. 자극이 없어서 그랬던가. 안으로만 침잠하고, 과거의 말과 행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홀로 부끄러워 했고, 의미없는 반성과 성찰을 반복했다. 그 안에서 기억 속의 그대들이 뛰어놀고 아주 미쳐버릴 뻔함. 

이 경험은 다시금 적어두고 싶으니 다음에 다시 시도. 여튼 대략적인 시험의 감상을 남겨둬야겠다고 싶어서



5. 전체적인 시험의 평가: 불안하다.


5.1 

시험을 처음 봐서 상대적인 평가가 불가하다. 두 번은 봐야지 비교대상이 있는 것인데, 이게 없다.

5.2 

그럼 실전이 아니라 모의고사랑 비교할 수가 있겠는데,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나의 마이너한 성향을 모두 접어두고 가장 유명한 강사(소위 1타 강사)의 수업만을 들었다. 그리고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의 문제가 다르다는 것만 확인한 정도. 

예를 들자면 모의고사는 Q.1:1대응이 가능한 질문을 했다면

실제시험은 Q.주요쟁점과 부수적인 쟁점이 지나치게 많아서 선택부터 해야했다는 이런 느낌. 그니깐 양이 중요했다는 말

5.3

시험을 보면서 공부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답안을 쓰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니깐 생선이 뭔지도 알고 있었고, 하물며 밥에 초친 식초량까지 아는 정도. 그럼 붙는 거에는 걱정이 없어야 하는데, 이게 내가 한 과목을 좀 크게 망쳐서 걱정이 많다.



6. 이틀 간의 시험의 감상: 시험의 스트레스가 많았다.


     - 3500명 중에 250명에 들면 합격인 시험이다. 결국 상대적인 수준이 좌우한다는 거.

     - 4.5과목을 보는데, 노동법 150점, 행정쟁송법 100점, 인사노무관리 100점, 선택과목 100점(나는 노동경제학 선택)

     - 첫날 노동법, 인사노무관리/ 둘째날 행정쟁송법, 선택과목   

     - 전략과목: 노동법, 행정쟁송법(고득점을 노림)


6.1 첫날


- 노동법 쟁점 6가지 중에서 하나를 제대로 못썼다. 전략과목이었기에 잘 볼 것이라 기대를 해서 충격이 컸다. 

- 인사노무관리는 내 최고 취약과목이었어서 마지막까지 가장 열심히 했다. 그니깐 회독수가 가장 많은 과목이 인사노무관리였다. 여튼 그리해서 큰 논점 일탈 없이 21장 정도 적고 나옴, 이 과정에서 감독관가 약간의 트러블이라고 해야하나 사건이 있었다. 기본으로 16장짜리 답안지를 나누어주는데, 16장을 넘게 쓰는 경우에는 여분의 시험지를 달라고 해야하는 거지, 시험지를 추가로 받게 되면 중간에 감독관의 싸인을 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답안 적는 거가 바빴던 나는 감독관을 쌩깠고... 조금 트러블이 생겼다. 뭐 여튼 답안지는 제출함.


6.2 둘째날

- 첫날 노동법을 못했다는 부담에 둘째 날에는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시험에 임했다. 그런데 1등하겠다고 어찌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을 했는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보다. 둘째 날 아침에 잠신고(시험을 본 학교)에 도착해서 아침 먹은 거 다 토함

- 둘째날 잠신고 교내에서 다 토하고 깝깝해서 교내에서 담배피다가 교직원분이 뿌린 물벼락 맞음. 

- 여하튼 행정쟁송법은 무리없이 다 적어냈다. 다만 배우지도 않는 쟁점이 있었는데, 이건 못적었지만 다른 수험생 모두 몰랐을 거라 생각되서 부담없음


6.3 망한 과목

노동경제학은 망했는데, 이 과목이 결국 나의 당락을 좌우할 것 같다. 8문제가 나왔는데 4번 문제를 풀다가 세 번 엎었다. 나머지 4문제를 푸는 데에 시간이 모자라버림. 1등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한 문제를 잡고 너무 매달려버림.



7. 시험 개별적 평가: 불만족스럽지는 않다.


7.1.노동법. 공부를 한만큼 적었다. 6문제 중 한 문제는 쟁점을 일탈했다. 문제를 잘못읽어서 그러하다. 전략과목의 역할을 하지 못함. 
7.2.인사노무관리. 생각보다 많이 잘 적었다. 회독수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 듯
7.3.행정쟁송법. 쟁점일탈은 없었으나 포섭에 있어서 답을 잘못적었다. 말인즉슨 과정은 좋았으나 답이 틀린 부분이 있음
7.4.노동경제학. 개망좆망. 할 말이 없음.


8. 총평: 두 달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중


8.1. 공부량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답안을 쓰는데 떠오르지 않아 버벅대는 일은 없었다. 
8.2.​시험을 통과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하나는 절대적인 공부의 양이고, 다른 하나는 시험지에 잘 적는 것.


그래서 답안을 잘 적기 위해 매일 아침에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이걸 읽었는데. 

여기에 "문제를 잘 읽을 것"이라고 추가로 적었어야 했다. (노동경제학과 노동법과 연관)


8.3.신기한 경험이 있었다. sf영화를 보면 공간이동을 하면서, 점이었던 별들이 선이 되는 장면들이 나온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 300페이지를 1주일에 보다가 5일에 보다가 3일 2일 그리고 어느날 하루만에 보고, 4시간만에 보면서 시험 전날의 경험이다.

 
8.4.그리하여 노경을 망한 덕분에, 그리고 전략과목이었던 노동법이 완벽하지 못했던 까닭에, 거기에다 내가 어마무시한 악필이기 때문에, 성적 발표인 10월까지 2개월을 마음졸이며 지내게 되었다는 말이다. 


9.

이제 할 일을 하나씩 해나가야 하는데, 목적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의욕이 없다. 삶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모두 다 신기루였던 것같은 그래서 지금 실제가 없다고 느껴지는, 인생만사가귀차니즘이라 내일 등산을 가기로 했다. 독서실에서 만난 빡빡이 npc랑 연을 맺어서 함께..ㅋㅋㅋ


일단 간단히 되는대로 적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