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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책 [유빅] 필립K.딕, 폴라북스

 

 

[유빅] 필립K.딕 저, 김상훈 역, 폴라북스

 

1. 

지금의 나에게 sf영화의 최고봉을 꼽으라고 하신다면 기억력이 좋지 않고 유희를 즐기는 탓에 최근에 본 작품들 위주로 이야기를 할 것인데, 충분한 검증을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영상화해 사람을 휘어잡은 뒤 훈훈한 가족애로 마무리를 하는 <인터스텔라>나 종족간 차별이 없는 은하계를 꿈꾸며 우리 은하 알파 분면을 활주하는 사실상 '유토피아'인 행성연방의 스타플릿이 모험으로 눈을 끝없이 즐겁게 해주는 <스타트렉:디스커버리 시즌2> 같은 기술발전으로 인류의 희망이란 횃불 아래 그림자가 사라진 작품들을 꼽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마음 속 한 켠에는 뿌리를 잊지 않은 염세주의 탓에...

 

2.

역시나 내 취향은 이분이셨다. 필립K.딕. 그분의 작품들은 영화로 다수 제작되었고,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존재와 부재의 혼돈 속에 있는 <블레이드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토탈리콜>등등이 그것.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읽은 [유빅]도 뭐 "시간이 역행한다"느니, "반생자"라느니, "불활성자"라느니... 알 수 없는 작가의 개념어들로 가득한데, 생명의 불꽃이 다한 사람이 냉동보존당해 "반생자"로 남아 뜨뜻한 인간과 시한부 대화를 나누고, 예지력 또는 텔레파스 능력 등 염력을 쓰는 인간들을 막아내는 "불활성자"가 등장하고, 존재하는 <유빅>이란 "스프레이통이 유리 단지로, 거기서 또 나무틀로 만든 유리병으로 단 몇 시간 만에 변화했던(249면)" "시간 퇴행"까지 일어난다. 그 결과.... 이 경험은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에 불과한 것인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떠오르게 만드는 책.

 

3.

그래서인지 책의 전개는 저자가 멀리서 조망하면서도, 조를 포함한 등장인물의 감각이 표현되고, 그러면서도 대화가 이어진다. 이 책 역시 읽는 내내 뒤죽박죽인 몽환에 시달렸는데 그 느낌을 표현한 이 문장으로 리뷰 끝. "어둠이 그의 주위에서 웅웅거렸고, 젖어서 딱딱하게 응고해버린 뜨뜻미지근한 양모처럼 달라붙었다. 아까 어렴풋하게 느꼈던 공포는 어둠과 섞여서 완전한 현실이 되었다. 내가 부주의했어. 그는 깨달았다. 런시터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어. 그 여자한테 위반 딱지를 보여준 건 실수였어.(285면)"

 

+)

달에 기지를 설치하고, 공중영상전화기가 있는 시대이지만 티비를 발로 조작을 하는 것으로 봐서 필립K딕은 리모콘이 없어서 발로 티비를 조작하는 게 로망이었나봄. 나도 어릴 때 누워서 티비 조작 버튼을 발가락으로 눌렀는데.. 다시 한 번 취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