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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책 [부디, 얼지 않게끔], 강민영, 자음과모음

[부디, 얼지않게끔], 강민영, 자음과모음

1. 

한 때 나의 상사였던 분께서 친히 집필하신 책이어서 권력관계가 다소 느껴져서 뭐라고 리뷰를 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뭐랄까 대학 시절 "왜 문학소설을 읽어야 하냐"는 질문에 최현무 교수였나.. 누군가가 말씀하시기를 "문학을 읽으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내성이 강해진다"라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돌이켜보면 문학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은 없지만, 하나의 완성된 타인의 삶을 읽는 행위로 나의 물리적인 시간이 채워지고, 애써서 하는 독서가 나의 좌표를 감각하게 해서가 아닌가 하면서 두루뭉술 적고는..

 

2.

작품은 "부디, 얼지 않게끔"이라는 제목처럼 조심스럽게 정온동물인 닝겐들이 사는 세상사를 요리조리 보여주는데, 이를 보는 주인공둘인 희진과 인경은 정온동물이 아닌 변온동물로서 즉 이상한 사람들이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관찰하게 되며 시작되는 1년이란 시간은 온갖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쌓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말 몇 마디로 분명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왔(79면)"음에도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고 기분나쁘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31면)"을 고민하는 저자의 세상살이이고, "팀원들의 목소리는 메신저 채팅창에 텍스트가 되어 팔딱이(47면)"는 세상에서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말에 상처입지 않고 얼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따듯한 책으로 이런 사람도 세상에 살고 있으니 세상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곱씹었는데

 

3. 

그런데 가장 흥미로왔던 것은... 주인공둘이 여행사에서 일하는 사무직 여성이어서 그런지 소설에 넷플릭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비타민 A와 비타민 D, 인터넷 구매가 소재가 되고, 부지불식간에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주인공둘의 삶이 달리기와 제주도, 베트남 여행이라는 일상적인 여가로 담담히 채워져서 "아 그랬지"란 생각을 들게 해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