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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이/프랑스

28092010 여섯달.


난 나의 길을 가고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의문의 순간마다 함께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다.

"가는 길의 방향만 알고 간다면 내가 가는 길에 발자욱이 사라진 그 순간,
그 때는 내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

정말 좋은 말이라 생각은 하지만, 맞는 걸까.
그리고 내 길의 방향과 내 걸음의 속도에 대한 의문이 다시 한번 내 사고를 엄습하는 그 때에
몸에서 축 늘어지고, 눈은 반쯤 뜬채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많은 선택지들중 나의 결정은 프랑스였고, 그 말은 한국에서 도망을 치겠다는 거였고.
즉, 자신이 없었던 거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해낼 자신이.

그래서 어찌보면 나의 25년 생활로부터 고립된, 어찌보면 25년만에 처음 느끼는 자유로움에
그 변화의 흐름에 나를 위탁했다.
싸들고 온 부모의 피땀어린 돈과, 26년째가 되어가는 나의 연속선상을 포기하고.

그리고 그렇게 지내온 지도 어언 6개월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6개월은 나의 모습을 바꾸기에도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정체성확립이니 꿈을쫓는다느니 그런 거창한 이야기 다 빼고서도,
확고해져버린 사고의 틀과, 그 사고의 틀을 깨버려야 한다는 반발심리.

앞으로 남은 2개월 반의 시간. 무엇을 잡을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우선 요리실력은 더 많이 늘것이고, 불어도 어쩔 수 없이 늘것이며, 시험을 통과할 것이고,
나의 그 잘난 선민의식도 깨버릴 바램이다.

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하지만 진행중인, 과거의 사람들이 만나고 싶다.
그들은 나의 변화를 혹은 나의 모습을 판단해 줄 것이고, 나는 거기서 약간의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결국 하는 말인 즉슨 나의 이웃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이웃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남은 기간, 내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정도는 해야한다고 느끼는 일들을 해야겠다는 식의 이야기.

- 그리고 두둥, 대망의ㄱㄴㅍ요리교실 열어야겠음. 난 요리를 잘하니깐.ㅋㅋㅋㅋㅋㅋㅋ
  난 왜 다른 사람들처럼 해외이기 때문에 누린다는 그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좋다. 나에게 있어서 가치가 다를뿐이니까.

- 초조해 하지말아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