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이/계속살기

5:44

문득 일어나 잠이 오지 않는 걸 느낀 나는, 침대 옆 스탠드를 키고 책을 펼친다. 침대에 누웠던 서너 시간전부터의 순간은 악몽과 인지되지 않는 기억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를 두고 숙면이라 일컫는지 혹은 순간의 너른 잠이라 일컫는지 알 수는 없다. 

어두운 방에서 일어나 형광등이라 불리우는 백색등 아래서 읽던 책을 덮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문득 떠오른 감상에 무심코 컴퓨터를 켠다. 사고의 확장이라는 펜을 포기하고 사고의 연장을 위하여 키보드에 손을 올리나, 익숙치 않은 키보드의 자판은 내 사고의 연장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그 잠시의 감상은 빛깔을 잃어간다. 

결국, 스탠드 빛만으로는 자판 어디에 어떤 글자가 박혀있는지 알 수 없기에 방을 밝히기 위해 킨 너무나 인공적인 그 백색빛이 자판을 비추는 짧은 순간, 찰나라고 불리우는 그 짧은 동안에, 책을 덮고 담배불을 붙이며 그리고 타들어가는 담배를 보며 느꼈던 한국에 돌아왔다는 연한 빛깔의 감상은 그 자취을 감춘다.

20시간의 잠때문이었을까? 오랫만에 만난 ㅈㅅㅇ라는 친구 덕분이었을까? 
혹은 한국이라는 고향에 돌아왔기 때문일까? 시차때문일까?

해가 다시 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 밤은 길 것만 같다는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