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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하나의 몸짓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시를 읽는 과정에 있어서 시대의 상황과 작가의 감상 혹은 감동을 고려햐애 한다.
당시의 시대상, 이슴만의 집권. 혼란한 해방 직후에 발생한 삶의 지표에 관한 혼란,
삶에의 열망과 자식 세대에 대한 걱정, 시골의 삶과 도시의 삶의 간극.
수많은 고생과 걱정들, 그리고 지금 흐러나오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그 짧고 응축적인 시에 얼척 없이 감동하거나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가 늘쌍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대신 해주기 때문이죠. 함께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걷는 길에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을 걸으면서 손을 잡을 수 없고 뿐만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
그래도 단 하나의 사실은 다행이다.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싶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만 감정을 감추는 것도 의미가 없는걸.